하지만 동문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 등지의 유수 대학들이 대거 행정도시 캠퍼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 과제의 지휘봉을 쥔 양현수 충남대 총장이 아무래도 정치에 한눈을 팔고 있는 것 같기 때문.
양 총장은 지난달 28일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발족한 ‘희망한국 국민연대(희망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동문회 관계자는 “학교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마당에 누가 봐도 정치단체가 분명한 자리에 참여해 동문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양 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고 전 총리를 존경해 친분을 유지해 왔다”며 “희망연대가 순수한 사회단체여서 공동대표를 맡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희망연대를 사회단체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 전 총리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앞 다투어 희망연대에 대한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양 총장은 개인자격 참여를 강조하며 희망연대 발족식에도 관용차 대신 열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양현수 씨’도, ‘양현수 충남대 교수’도 아닌 ‘양현수 충남대 총장’으로 소개됐다.
지난해 3월 양 총장 취임 이후 충남대에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김밥 할머니’를 기념한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할머니의 법명인 정심화를 삭제하려다 비난을 샀고, 행정도시 캠퍼스를 공동으로 추진해 온 공주대는 발을 빼고 있다.
양 총장이 5억 원짜리 빌라를 관사로 사용하다 ‘호화 관사’ 논란이 일자 이사를 약속하고도 아직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양 총장의 희망연대 참여가 양 총장 개인이 아닌 충남대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명훈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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