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주행]학교를 더는 흔들지 마라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학생을 가르쳐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내용을 잘 모르는 인사들이 학교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나서고 있다. 새 바람이라는 것이 무자격 교장 초빙을 골자로 하는 교장 공모제여서 더욱 큰 실망을 안겨 준다.

교육 당국이 민주적 운영을 주장하면서 학교운영에 필수적인 교장의 권한을 대부분 회수해 버렸기 때문에 요즘 학교 현장은 교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교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는데 교장 한 사람만 바꾸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처럼 법석이다. 도대체 그 해답은 어디서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경우 교사가 부족해 무자격 교사를 임용해서 겨우 빈자리를 메우는 실정이다. 한국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교원자격증을 가진 교사 지망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수십 대 일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인재를 교사로 임용한다. 교사의 자질 면에서 세계 제일이라 할 수 있다.

초중등학교의 교육내용을 봐도 미국은 학기당 7, 8개 교과를 이수해 학습의 절대량이 부족하지만 한국은 10∼13개 교과를 가르쳐 통합적 사고능력 신장의 조건에서 유리하다. 국내 초중등학교의 학습부진아 비율은 2, 3% 미만이지만 미국은 20∼25%에 이른다.

영국에서는 하루 평균 5만 명 정도의 학생이 무단결석을 한 채 거리를 방황한다. 대낮 범죄의 40%, 절도의 25%, 공공기물 파손의 20%, 차량 절도의 33%가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 10∼16세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진다. 영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2001년 자녀가 상습적으로 무단결석할 경우 학부모에게 500만 원의 벌금형 또는 3개월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률을 적용해 학부모를 직접 투옥시킨 일도 있다.

한국의 초중등교육은 피터 드러커가 인정한 것처럼 세계 최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보다 학급당 평균 인원이 다소 많기는 하지만, 우수한 교사들이 학생을 열심히 가르친 결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력 테스트인 PISA, TIMMS, 수학·과학올림피아드에서 상위를 차지한다.

한국 학교에는 새 바람이나 혁신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학교운영의 행정적 재정적 자율권을 확대하고 교장의 실질적인 감독권을 보장해 학교장 책임 경영제를 구현하는 일이다.

조주행 서울 신창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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