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울로 압송되는 녹두장군? 日영사관서 법무부 가는길!

  • 입력 2006년 9월 14일 06시 33분


들것에 실려 가면서도 일본과 조선의 관원들을 매처럼 강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녹두장군 전봉준.

동학농민운동 지도자인 녹두장군 전봉준이 체포된 후의 모습으로 교과서에도 수록된 이 사진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촬영된 것인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한 향토사학자에 의해 발굴됐다.

언론인 출신의 향토사학자인 이치백(75) 전북향토문화연구회장은 13일 이 사진이 1895년 2월 28일 일본인 사진사 무라카미에 의해 서울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이 사진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전봉준이 전북 순창 피노리에서 체포된 뒤 서울로 압송되는 와중에 촬영된 것이 아니라 체포 후 줄곧 구금돼 있던 서울의 일본 영사관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법무아문(갑오개혁 때 만들어진 사법, 경찰기관)으로 호송될 때의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간 관련학자들 사이에는 형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이라거나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는 장면이라는 등의 설이 있었다.

이 회장이 근거로 삼은 자료는 1895년 3월 12일자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 이 신문에는 사진과 같은 모습의 삽화가 그려져 있다. 이에 관해 이 회장은 “당시 신문은 사진 인쇄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진기자가 찍어 온 사진을 보고 삽화를 그려 싣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날짜 신문은 ‘전봉준을 보다’라는 제목의 옥중면회기 기사 가운데 이 삽화를 실었다.

옥중면회기를 쓴 기자는 “전봉준의 안색과 수족은 창백하며 병상이었지만 눈빛은 예리하게 빛났고 얼굴에는 잔주름이 이마에 일자로 뻗어 있다”며 “그는 사진촬영에 기꺼이 응해 주고는 공범 2명과 함께 법무아문에 인도되기 위해 일어섰다”고 썼다.

이 회장은 “전 장군이 들것에 실려 간 것은 혹독한 고문을 당해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