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도의 긍정적인 측면부터 살펴보지요.
▽윤영철 위원=보도가 있기 전까지는 바다이야기를 몰랐던 사람이 의외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미처 몰랐던 셈인데 보도를 통해 “아하, 이렇게 문제가 많구나” 하는 여론을 환기시키고 공권력의 수사를 유도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최현희 위원=도박으로 인한 가산탕진 가정파탄 자살 등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고, 누구나 빠져들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봅니다. 요행이 아니라 근로를 통해 부(富)를 축적해야 한다는 건전한 사고방식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됐지요.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특히 인권 차원에서 지적할 점은 없는지요.
▽윤 위원=선정적 접근과 정치적 파장이 상승 작용을 하면서 엄청난 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실 이 사건의 핵심은 경품용 상품권 부분인데 처음 기자들이 핵심에 바로 접근하지 못하면서 기사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이름이 실명으로 보도되고 명예훼손의 우려도 커졌습니다. 아직 권력형 비리라고 볼 수 있는 단계도 아닌데 말이죠.
▽최 위원=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라는 근원적 질문은 없이 의혹만 양산해 내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독자에게 상상의 날개를 펴도록 유도했다는 점은 반성할 대목입니다. 뒤에라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부분이 있다면 해명의 기회를 제공해 훼손된 인권을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주변에서 언론이 너무 나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물위에 뜬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을 찾아 보도하고 물밑에 숨겨진 거대한 배후는 경찰 검찰 등 공적 장치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 건전한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언론이 빙산을 뒤집어 거대한 바닥을 주제로 논의하느라 많은 것을 놓쳤습니다. ‘○○○의 동생’ 또는 ‘○○○의 조카’ ‘○○○의 인척’ 식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까지 겨냥해 연대책임을 묻는 보도가 적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정권 말로 접어들면서 권력 주변 인사의 부조리나 비리 의혹이 터질 가능성이 많은데 어떻게 보도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봤으면 합니다.
▽이 위원=보도의 근거도 찾기 어려운 무책임한 기사를 대할 때면 너무하다는 생각에 앞서 기자의 자질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신문의 공신력으로까지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기사의 엄격성입니다.
▽김 위원장=의혹을 제기하려면 무엇보다 출처의 신뢰도, 정황의 충분성이 있어야 합니다. 희생의 최소화, 보도의 절제 등도 필요합니다. 진실이 아니라고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많은 얘기가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정권 말에 언론은 더욱 ‘자기와의 싸움’에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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