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들 에티오피아인은 13일 행사 일정이 끝난 뒤 행사 관리자 몰래 숙소인 서울 중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을 빠져나와 14일 아침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들어갔다.
특히 13일 저녁 주한 에티오피아 교민들이 호텔로 직접 찾아와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으며, 서울 지리를 모르는 이들이 다음 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직접 간 것으로 드러나 관계당국은 교민들이 주선한 브로커 등이 망명을 신청하도록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망명을 신청한 12명의 에티오피아인들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과 함께 방한한 손자 8명과 공연단원 4명으로 알려졌다. 손자 8명 중 2명은 공연단원이기도 하다.
행사관리자들은 14일 아침 인원 점검을 하다 12명이 사라진 것을 알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는 과정에 뒤늦게 이들의 망명 신청 사실을 알게 됐다.
망명 동기에 대해 이들은 “에티오피아가 민주화된 이후 직선으로 대통령을 선출했는데 우리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됐다”면서 “정치적 박해가 우려돼 망명을 요청했다”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방한을 주선한 관계자들은 “이들이 전날 교민들을 만나 한국의 사정과 자국의 사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망명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현재 법무부에서 구체적인 망명 동기 등을 확인 중”이라면서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인지, 경제적인 이유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경제적 사유로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훈처와 재향군인회는 이달 11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강원 춘천시가 건립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 개관식 등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위해 미국인 참전용사 188명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12명, 에티오피아 공연단 9명과 참전용사 손자 12명을 초청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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