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투자다”… 25∼34세 미혼남녀 결혼관 설문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결혼은 재테크의 일종인 혼(婚)테크다. 혼수는 청약통장이나 주식, 보험 등으로 준비한다. 자녀는 ‘여윳돈’이 생긴 다음으로 미룬다.” 제일기획은 25∼34세인 ‘2534세대’의 결혼관을 조사해 17일 내놓은 ‘디지털 시대의 웨딩 트렌드’ 보고서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이같이 소개했다.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2534세대’ 미혼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많은 젊은이가 ‘결혼은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결혼은 투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자체를 목적으로 보는 이전 세대와 달리 2534세대는 결혼을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설문 응답자의 62.1%는 “결혼도 일종의 투자”라고 답했다. 결혼이 노후준비의 시작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84.4%나 됐다.

2534세대의 사랑에는 ‘조건’이 있다. “누구를 소개받으면 나도 모르게 조건을 살피게 된다”는 대답이 70.6%나 됐고 “능력이 있으면 나이 차도 문제되지 않는다”(55.8%)는 응답도 많았다.

제일기획은 이런 현상에 대해 “외환위기와 실업, 지속적인 불경기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결혼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배당’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배우자를 찾는 데도 계획적이고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6.6%가 “조건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나 모임을 자주 찾는 편”이라고 답했다. 주변 사람에게 소개를 받는 ‘간접 투자’는 사양한다.

젊은 세대는 직접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기 위해 클럽 파티나 사교 모임을 찾는 경향이 뚜렷했다.

○ 생활은 경영이다

2534세대는 혼수도 ‘투자형’을 우선시했다.

이들은 혼수와 예물은 되도록 최소화하는 대신 ‘청약통장이나 주식, 보험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87.8%)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혼수를 준비할 때 남자가 해야 할 것, 여자가 해야 할 것에 대한 구분은 희박해졌다.

응답자의 90.6%가 결혼 생활에도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은행 대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양육비와 교육비 지출이 큰 현실을 반영하듯 출산도 여유가 생길 때까지 미루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응답자의 65.5%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제일기획 김익태 마케팅전략본부장은 “2534세대는 혼테크를 통해 단순히 돈이나 과시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의 수준에 맞게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한다”면서 “현실(Fact)에 충실한 꿈(Fiction)을 꾼다는 점에서 이들을 ‘웨딩 팩션(Faction) 세대’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