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6시경 부산 기장군 기장읍 교리 B빌라 옆 공터에서 이 빌라에 세 들어 사는 이모(51·무직) 씨가 집주인 박모(57·건축업) 씨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곧이어 옆집에 사는 박 씨도 자신의 집 화장실 문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들이 발견했다.
건축업을 하는 박 씨는 2003년 초 이 빌라를 지은 뒤 5월경부터 세입자인 이 씨와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전세기간 2년이 지난 지난해 6월경부터 이 씨가 이사를 가기 위해 전세금 4200만 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건축경기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던 박 씨는 “돌려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차일피일 미뤘다.
이때부터 박 씨의 빌라에 세 들어 사는 다른 8가구의 세입자들도 전세기간이 지나 전세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돈을 돌려 달라”는 세입자들과 “전세 들어올 사람이 없어 줄 돈이 없다”는 박 씨 간에 다툼이 잦아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씨를 비롯해 8가구의 세입자들이 박 씨를 상대로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내 올해 1월 승소했다. 그럼에도 박 씨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자 주민들은 건물을 압류했고, 이 건물은 최근 경매에 넘어갔다. 결국 박 씨는 15일 세입자 8가구에 가구당 3000만∼4200만 원의 전세금을 되돌려줬다.
경찰은 “박 씨가 살인에 대한 두려움과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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