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격을 위해 정비를 받고 있는 전투기 너머로 백로 떼가 눈에 들어오자 장병 2명이 폭죽의 일종인 폭음탄을 발사하기 시작한다. 인근에 설치된 폭음기도 연방 대포 소리를 낸다.
대공포 훈련에 표적으로 쓰이는 모형 비행기 RC-MAT(Radio Control-Miniature Areal Target) 팀이 곧이어 달려왔다. 폭 160cm, 길이 80cm의 모형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날자 백로 떼가 활주로 반대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원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린다.
활주로에서 새는 ‘살아있는 미사일’이다. 시속 960km로 비행하는 전투기에 무게 1.8kg짜리 새 한 마리가 부딪히면 전투기는 순간 64t의 충격을 받는다. 실제로 1996년 미 알래스카 엘먼도프 기지에서는 미 공군 E-3C 공중조기경보기가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로 추락해 승무원 24명 전원이 순직했으며 한국에서도 2003년 5월 예천공항에서 공군 전투기가 추락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새들의 활주로 접근을 막는 20전비 ‘조류 퇴치반(BAT·Bird Alert Team)’ 21명은 1년 365일 새떼와 전쟁을 벌인다.
20전비는 한국 최대의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천수만 간월호가 인근에 위치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겨울철이 고역이다. 9월부터 몰려드는 110여 종 30여만 마리의 철새를 경계하느라 체감온도 영하 20∼30도에 이르는 활주로 위에서 하루 15시간씩 초소 경계와 순찰을 반복해야 한다.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뜻에서 20전비는 ‘BAT’를 영화 ‘배트맨’에 비유해 ‘배트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전비 ‘BAT’는 철새 가운데 가창오리 등 희귀 조류가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해 사살을 최소화하는 대신 새들의 이동경로를 바꿔주는 ‘환경친화적’ 방식을 도입했다. RC-MAT와 새들의 비명을 담은 ‘조류 퇴치 음향시스템’ 등은 다른 비행장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또 밤에도 조류를 감시할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물론 공군 최초로 비행단 주변 조류의 생태와 이동 경로를 연구하는 조류감독관 직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서산=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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