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노은씨 ‘이병 엄마의 편지’ 인터넷 화제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아들아. 넌 지금 혼자 사막을 건너는 법을 배우고 있는 거란다. 하지만 그림자처럼 엄마 아빠가 널 따르고 있으니 그곳은 낯선 곳이 아니겠지….”(이병 엄마의 겨울연가2 중)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밤차로 훌쩍 면회 가고 싶은데 식구들이 혼자선 안 된다고, 다 함께 가자고 해 어젯밤에는 눈물이 났다….”(보고픈 맘 중)

소설가 노은(50·여·서울 광진구 자양동) 씨가 2년 가까이 월간지 ‘좋은 생각’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이병 엄마의 편지’에는 군에 보낸 아들을 향한 모정(母情)이 절절하다. 대부분의 여성처럼 노 씨도 아들의 입대 전까지 군을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곳’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2004년 8월 아들의 공군 입대를 계기로 그의 몸과 마음은 온통 군에 간 아들에 대한 걱정과 군 관련 얘기로 채워졌다.

“아들이 입대한 뒤에는 어디서든 군복만 눈에 띄고, ‘군’이라는 단어만 접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군인 엄마’의 심정을 비로소 느꼈습니다.”

엄마의 진솔한 마음과 사랑을 담은 글을 쓰고 싶었던 노 씨는 아들이 입대해 훈련을 받은 공군교육사령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아들과 자주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뒤 아들의 자대 배치로 편지를 자주 건네기 힘들게 되자, 노 씨는 ‘좋은 생각’의 홈페이지에 매주 월∼금요일 군에 간 아들을 둔 엄마의 심정을 담은 편지의 연재를 시작했다.

아들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된 군과 ‘군인 엄마’의 희로애락을 같은 처지의 많은 엄마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이병 엄마의 편지’라는 제목은 변함없지만 아들은 이미 병장이 됐다. 450여 통에 달하는 노 씨의 편지에는 그 세월의 변화가 그대로 묻어 있다.

“박박 깎은 머리에 모자를 쓰고 훈련소로 떠나던 날, 뙤약볕 쏟아지는 연병장으로 달려가며 청춘의 모든 미련을 아낌없이 털어내듯 엄마 손에 건네던 바로 그 모자….”(아들의 빈방)

“듬직한 상병이 되었으니, 폭우처럼 힘든 고비들이 웬만큼은 지나갔다 생각하고…, 힘들 때마다 기억하렴. 외롭고 힘겹고 막막한 시간들도 결코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거란다.”(고맙다 사랑한다 중)

노 씨의 ‘새 편지’가 나올 때마다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린다. 주로 군인 어머니들이다. 인터넷을 통해 공감을 나누던 노 씨 등 군인 어머니 30여 명은 지난해 말부터 정기모임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노 씨가 쓴 편지들 중 80여 편을 추려 ‘이등병 엄마의 보낸 편지함’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해군과 공군에서도 장병 인성교육을 위해 노 씨에게 기고를 부탁해 왔다.

노 씨는 “아들을 군에 보낸 모든 엄마는 큰 상실감을 겪지만 점차 모든 군 장병이 ‘우리 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런 점에서 군 생활은 아들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다른 세상을 접하고 내면을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말했다.

노 씨의 연재는 11월 아들의 전역을 계기로 끝나지만 지금까지 올린 글은 홈페이지에 그대로 남겨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둔 많은 엄마들이 동병상련의 정을 이어가도록 할 계획이다. 노 씨는 1979년 동양방송의 소설공모전에 입상한 뒤 2002년까지 20여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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