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장은 이날 오후 '대법원장 말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에 대해 그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도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 총장은 또 전국의 모든 검사와 직원들에게 e메일로 지휘서신을 보내 이 대법원장이 △검사가 조사한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고 한 발언 △검사실 조사를 밀실이라고 표현한 발언 △검사는 수사기록 제출 외에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법정에서 유죄 입증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반박했다.
정 총장은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발언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국민을 위한 수사 활동을 담당하는 검사가 적법하게 작성하고 법률로 증거능력이 부여된 조서를 무시해버리라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말씀으로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오후 천기흥 회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이 대법원장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장이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야 한다고 하며,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발언을 한 것은 법조 전체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부를 책임지고 이끌 자격과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협이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거나 권고한 것은 광복 이후 김병로 대법원장, 1971년 1차 사법파동 당시 민복기 대법원장,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 1993년 7월 김덕주 대법원장에게 사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다섯 번째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변협의 성명에 대하여'란 제목의 입장을 통해 "이 대법원장은 법정 진술을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와 취지를 수차례 해명했는데도 변협이 성명을 낸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법원행정처는 검찰의 입장 발표에 대해선 이날 긴급회의를 통해 "국가기관으로서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는 데에는 다름이 없다"며 "법원 재판 중에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거나 오해될 표현이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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