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왕따 방치한 담임교사 배상판결

  • 입력 2006년 9월 21일 19시 24분


초등학생 제자를 성추행하고, 성추행당한 학생이 집단 따돌림 받는 것을 막지 못한 담임교사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수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 관악구 소재 S초등학교에 다니던 박모(12) 군은 2004년 4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담임교사인 이모(60) 씨가 자신의 성기를 만지는 등 3개월 간 성추행을 하자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박 군의 부모는 이 씨의 사과와 함께 학교 측에 담임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다른 학부모들이 나서 "성기를 만진 것은 귀여움의 표시일 뿐"이라며 오히려 박 군의 전학을 요구했다.

그때부터 같은 반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박 군에게 싸움을 걸거나 따돌리기 시작했다. 박 군의 부모는 담임교사 이 씨와 다른 학부모들에게 박 군을 따돌리지 말라고 부탁했으나 이 씨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 군이 5학년에 올라가서도 학생들의 따돌림은 계속됐고 누군가 뒤에서 미는 바람에 박 군이 학교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박 군은 우울증과 수면장애로 고통을 겪었다. 박 군은 이듬해 다른 학교로 전학했지만 호전적인 성향을 보이는 공격적 장애가 계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원일)는 21일 박 군의 부모가 성추행한 이 씨와 S초등학교 교장, 공립학교 설립 운영자인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씨와 관할 지차제인 서울시는 함께 32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담임이 박 군의 성적(性的)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박 군의 의사에 반해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해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씨는 박 군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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