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5년 뒤인 2006년 ‘건강보험 재정 위기설(說)’이 확산되고 있다. 이 위기는 건보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보장성 강화 등 보험 혜택을 무리하게 늘린 방만한 운영에서 비롯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보의 중장기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찾기 위해 다음 달 ‘의료보장 미래전략위원회’를 만들어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재원조달 방안을 찾기보다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찾는 게 더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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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건보 재정위기 오나=복지부는 “올해 말 누적 흑자가 1조700억 원이어서 당장 위기가 오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보 급여비의 지출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건보의 누적 흑자는 곧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입 증가 속도에 비해 건보 급여비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급여비 증가율은 2005년 13.2%, 2006년 18.7%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지출된 급여비는 13조9946억 원으로 지난해 총급여비 18조2622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장기계획)’에 따라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험 혜택을 대폭 넓혔다. 지난해 로드맵에 따라 중증 질환의 보장성 강화에 지출된 급여비는 총 1조1586억 원으로 전체 급여비의 6.3%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급여비의 7.7%인 8027억 원이 이와 관련된 지출이었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와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앞으로도 만성 질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어 급여비 지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건보료를 내야 하는 연령층은 줄어들고 있다. 2007년 위기설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2001년 의약분업 등 제도변화에 따른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보험 혜택 확대의 딜레마=복지부는 로드맵에 따라 추가 소요되는 내년 건보 예산을 약 7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16세, 40세, 66세의 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건강검진을 제공하겠다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제도’ 등 신규 사업에 필요한 돈까지 합치면 1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는 내년에 건보료를 6.5% 인상했을 때 추가로 걷히는 4500여억 원을 훨씬 넘는 액수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건보 혜택이 늘어날수록 좋다. 하지만 정부가 별도의 재정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민은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큰 폭의 건보료 인상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건보의 혜택을 늘리는 데에만 몰두했으며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한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해 상반기 담뱃값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로드맵을 감행했다. 결국 써야 할 곳만 늘려놓고 재정 수입은 줄어드는 형국이 된 셈이다. 이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건보 운용 개혁을 통한 지출 억제나 병원의 관리감독을 통한 건보료 낭비 방지 등으로 건보 재정을 건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준(準)조세나 다름없는 건보료를 인상하면 의료소비자인 국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다. 건보료 인상은 정부가 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정책 편의성만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해법은 없나=복지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만성질환자 증가, 의료서비스 이용량 증가 등을 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다음 달 의료보장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찾을 방침이다.
이 위원회는 동일한 진료행위에 대해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에 상관없이 진료비를 매기는 ‘포괄 수가제’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감기처럼 굳이 병의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다빈도 경증질환에 대한 보험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는 등 보험적용 대상에 대한 재검토를 제안하고 있다. 2006년 상반기 현재 감기로 인한 급여비 지출은 전체 급여비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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