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 발생률이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로 공급되는 마약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 신혼부부 위장 괌行 히로뽕 적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마약청정지대로 인식돼 마약 공급·소비지가 아닌 경유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인구 10만명 당 단속되는 마약사범 수가 10여 명 선으로 미국의 50분의 1, 호주의 3분의 1, 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마약 청정국인 우리나라를 거치는 수하물을 상대 국가가 느슨하게 검색하는 편이어서 국제 마약범들이 한국을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달 12일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괌으로 히로뽕을 밀수한 최모(54) 씨와 이모(35) 씨를 구속 기소한 사례를 한국을 '중간기착지'로 활용한 사례로 공개했다.
최 씨는 지난달 하순 중국 칭다오 발 인천행 여객선을 타고 여행용 가방에 히로뽕 530g을 숨겨 인천항에 들어왔고, 이를 괌으로 몰래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씨는 괌 현지 공범과 연계해 밀수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미국 수사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괌 현지에 수사관들을 파견한 끝에 범인들을 잡았다. 특히 국정원은 최 씨가 중국에서 들여온 히로뽕을 넘겨받아 괌으로 보내는 데 '신혼부부'로 가장한 요원들을 투입하는 등 치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범들이 갖은 수법을 활용해 당국의 감시망을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지만 수사기관의 수사방법도 그에 못지않게 치밀해지고 있는 것이다.
◇ 탈북자·인터넷 마약거래 팽창
탈북자들도 마약범죄의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순 중국 단둥에서 인천항으로 히로뽕 약 1.8㎏을 밀반입한 유모(46) 씨 등 탈북자 4명을 구속기소했다.
탈북자 배모(21·여) 씨는 신의주에 사는 북한인 박모 씨에게 히로뽕 약 1.7㎏을 받아 국내로 들여왔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그러나 이들이 반입한 히로뽕이 북한에서 제조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4월 중국에서 마약을 들여와 판매한 탈북자 6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탈북자가 연계된 마약 사건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검찰 관계자는 "2~3년 사이 탈북자들의 마약범죄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인터넷을 통한 마약거래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소량의 마약을 국제우편을 통해 보내면 적발하기가 까다롭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한 외국인 영어강사는 인터넷과 국제 특급우편을 통해 캐나다에서 대마쿠키를 받았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인터넷 마약거래가 빈번해지다 보니 이를 노린 사기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한다. 마약 구매자들이 피해를 봐도 쉽게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돈만 받고 연락을 끊는 범행을 저지른 사람도 2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100여개 정도의 인터넷 마약 거래 카페가 수시로 개설됐다 폐쇄되길 반복하면서 사이버 마약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 투약자엔 치료 기회
마약 사범의 처벌 수위는 투약자 보다 공급자 쪽이 무거운 편이다.
투약도 죄이지만 공급자의 죄질이 훨씬 나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투약자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보고 재활 치료의 길을 활짝 열어놓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5월부터 투약자의 경우 전과와 직업, 재활의지와 가족의 도움 정도 등을 평가해 일정 점수 이상을 충족하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시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올해 41명의 투약자들이 이 평가를 통과해 시내 병원에서 재활 치료 기회를 얻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투약자의 치료와 재활도 마약류 공급 차단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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