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 통합교과 논술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제시문

(가) 자연 상태에서 어떤 용기에 담겨 있는 찬물과 더운물 사이의 막을 제거했을 때, 언제나 에너지가 높은 쪽에서 에너지가 낮은 쪽으로 에너지가 이동하여 나중에는 더 이상 온도의 변화가 없는 평형 상태를 향하여 변화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의 열은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또한 찬물의 열이 더운물로 저절로 흘러가서 찬물이 얼음이 되거나, 더운물은 더 뜨거워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석탄을 태울 때에도 에너지는 얻을 수 있지만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유황이나 그 밖의 가스는 공기 속에 퍼져 버리고 그 과정을 되돌릴 수는 없다. 즉, 에너지가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할 때마다 장차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사용이 가능한 에너지’를 잃게 되는데 이는 ‘이미 일로 변환될 수 없는 에너지’ 혹은 ‘무질서도’(엔트로피)라고 한다. 어떤 자원도 효용성이 100%일 수는 없다. 또한 물을 엔트로피가 더욱 낮은 얼음의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특정한 상태에서는 인위적으로 엔트로피의 흐름을 거꾸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전류 등 다른 에너지가 대단히 많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지구상의 엔트로피는 증대하게 된다.

[J 리프킨(최현 옮김), ‘엔트로피의 법칙’]

(나) 종래의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현상에 의하여 우주의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이 법칙은 우주가 모든 유용한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어떤 에너지도 없는 ‘평형 상태’를 향하여 진행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인류의 관점에서 보자면 비관적인 미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고진과 스텐저스는 이러한 고전적 물리학적 개념에 도전하면서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한 혁명적인 재해석(혼돈으로부터의 질서)을 내놓았다. 열역학적 평형 상태는 자연에서 매우 희귀한 현상이고 대부분은 비평형의 상태에 있다. 물질과 에너지의 출입이 가능한 ‘열린계’가 평형에서 멀리 있으면, 증폭되는 요동의 결과로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주위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여 오히려 높아진 엔트로피를 무산시키면서, 자생적 조직화, 혹은 질서화에 의해 거시적으로 질서 있고 안정된 새로운 구조가 출현한다. 오늘날의 산업사회의 붕괴는 분기현상이며, 「제3의 물결」 사회의 등장은 세계적인 축척으로 볼 때, 새로운 요동으로부터 안정을 유도하는 「무산구조」로의 도약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앨빈 토플러,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다) 경쟁 시장에서 재화나 용역의 가격이 형성되면 그 가격은 생산자나 소비자들에 대한 신호의 역할을 한다. 가령 어떤 재화 A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서(즉, 수요가 증가해서) 그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면, 이것은 첫째, 소비자에 대하여 이 재화를 덜 사용하고 그 대체물을 더 사용하라는 신호가 되며, 둘째, 생산자들에 대해서는 이 재화의 생산을 늘리라는 신호가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경쟁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는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의 소비, 생산 등에 있어 각 경제 주체가 그들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각 경제 주체는 이 가격의 움직임에 의하여 그 행동을 조정한다. 소비자가 이 신호에 따라 행동하면 효용이 늘 것이며, 생산자가 이 신호에 따라 생산하면 이윤이 늘어서 결국 국민 복지와 소득이 극대화될 것이다.

그런데 지표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격은 그것이 경쟁에 의해 결정된 것이건, 혹은 정부의 관리에 의해 결정된 것이건 간에 언제나 자원 배분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가격이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에는 가격이 기회비용을 반영하므로 그 가격이 발하는 신호가 합리적인 데 비하여,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경우에는 기회비용을 반영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가격이 발하는 신호는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이것에 의하여 소비나 생산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자원의 배분에 지장과 무리가 수반된다는 질적인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천재 교육)]

(라) 노직(R Nozic)의 논증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은 분배적 정의에 관한 부분이다. 노직에 의하면, 사회에서 자원의 배분은 그것이 누구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 과정의 결과인 경우에 한해서만 정의롭다. 각 개인은 자신의 자산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산을 이전해주는 것에 자유롭다. 이처럼 재산은 선물이나 자유교환에 의하여 그 주인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자유교환 과정에 의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으로 정의롭다. 만일 개인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산을 처분하는 데 자유롭다면, 그 배분의 결과는 항상 바람직한 유형을 가진다고 할 수는 없다. 입장 수입을 크게 올릴 수 있는 인기 농구 선수인 윌트 체임벌린을 여러 농구 팀들이 서로 스카우트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한 팀과 다음과 같은 계약을 체결한다. : 매 홈 게임의 경우 매 입장권 가격에서 25센트가 그의 몫이다. 한 시즌에 평균 100만 명의 관객이 그의 홈 게임을 관전하며 따라서 체임벌린은 미국인 평균 수입은 물론 그 어느 누구의 수입보다도 많은 금액인 25만 달러의 수입을 얻게 된다고 가정하자. 그는 이 수입에 대한 권리가 있는가? 이 새로운 분배 상태는 불의(不義)한가? 각각의 관객이 소유하고 있던 재산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들 각각은 자신들의 돈 중 25센트를 체임벌린에게 줄 것을 선택했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재산을 처분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 이 권리는 자신의 재산의 일부를 체임벌린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또는 자신이 원하는 무엇과 교환할 권리도 포함하지 않는가? 어느 다른 사람이 정의를 구실 삼아 불평할 수 있을까?

[R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배경지식

○ 비평형 열역학에 대한 이해

<클라우지우스의 열역학 제2법칙>

세상에는 여러 가지의 에너지가 있다. 위치에너지, 전기에너지, 화학에너지, 핵에너지, 열에너지 등은 모두 다른 형태의 에너지이다.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는 열에너지만은 엔트로피라는 ‘양’을 가진다고 가정했다. 또한 열에너지가 아닌 다른 에너지의 엔트로피는 0이라고 가정하고, 열에너지의 엔트로피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전제하였다. 이렇게 하여 열량을 절대온도로 나눈 값을 ‘엔트로피’라고 정의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모든 에너지의 엔트로피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위와 같은 식을 사용하여 열에너지를 표현하면 같은 1000칼로리의 열량이라도 높은 온도에 있는 열량과 낮은 온도에 있는 열량은 같은 에너지가 아님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1000칼로리의 열량이 1000K에 있으면 엔트로피가 1이고, 500K에 있으면 엔트로피가 2가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만 흐르는 것, 즉 낮은 온도에 있는 열이 높은 온도로 흘러가지 않는 현상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의하여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모든 자연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높은 온도에서는 엔트로피가 작으므로) 방향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볼츠만의 엔트로피>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개념은 자연 현상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유와 ‘엔트로피’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개념은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볼츠만의 개념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엔트로피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각 다른 그릇에 들어 있는 공을 섞어 놓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릇에 빨간 공과 파란 공이 들어 있는 그릇을 흔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는 쉽게 두 가지의 공이 섞일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섞이지 않을 가능성보다는 섞일 가능성, 즉 섞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볼츠만은 ‘엔트로피’는 어떤 상태의 확률을 나타내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즉, 볼츠만에 의하면 ‘엔트로피’는 어떤 상태가 시간이 갈수록 섞이고 흐트러지고, 불규칙해진 상태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볼츠만에 의하여 ‘엔트로피’는 열에너지만 가지는 양이 아니라 ‘모든 상태’가 가지는 ‘불규칙한 정도’를 의미하게 되었다.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세상의 모든 것은 섞이는 방향으로 변해간다는 새로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이해되었으며, 오늘날 모든 상태의 ‘무질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문제(1)] 제시문 (가)와 (나)의 자연 현상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라. (200자 내외)

[문제(2)] [문제(1)]에서의 논의를 통해 제시문 (다)의 상황을 해석하라. (400자 내외)

[논제] 비평형 열역학과 사회 정의의 차원에서 ‘체임벌린의 재산권’을 논하시오. (1600자 내외)

이은규 파사쥬 논술 대표강사, 류케이온 대표

박임희 파사쥬 논술 대표강사 류케이온 책임 연구원

☞ 해설과 분석, 답안은 이지논술 사이트에 있습니다.

■ 논제

[논제(1)] 제시문 (가)의 표와 같이 지문, 홍채, 얼굴 등 생체인식 데이터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어떠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생체인식 데이터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서술하시오.

[논제(2)] 생체인식 시스템은 주로 보안의 목적으로 사용되므로 본인 거부율과 타인 수용률 중 타인 수용률을 감소시키는 것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타인 수용률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기술하고, 타인 수용률을 줄일 경우 본인 거부율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설명하시오.(필요하면 간단한 그래프를 이용하라)

[논제(3)] 국가기관에 대한 개인 정보의 공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권과 공익의 충돌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제시문은 9월 12일자 2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학생글 - 나현덕·인천 제물포고 3학년

[논제 3]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는 노출되지 않은 소수의 감시자가 훨씬 많은 수의 재소자를 감시하는 원형 감옥인 ‘파놉티콘’이 나타나 있다. 푸코는 현대 사회를 이러한 원형 감옥에 비유하고 있는데 ①‘감시’의 힘을 느끼게 해 주는 이 책의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의무적으로 손가락의 지문을 생체정보로 채취하는 나라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강경한 조치이지만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는 국민들은 없는 것 같다. 지문의 채취는 범죄의 예방과 검거, 그리고 개인의 신상 확인에는 확실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전자 주민등록증과 같은 제도적 방법으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 오히려 정부의 생체정보 공여는 이러한 이익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중앙 정부가 특정한 곳에 어떤 사람이 모였는지 알아내고자 한다면 이는 생체정보를 이용하여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그곳에서 발견되는 지문들을 채취하여 기존의 지문들과 대조하는 쉬운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개인을 감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②자신이 어디에 갔었는지 밝히기 싫어도 지문 채취를 통해 행적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감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연관되어 있다. 만약 개인의 생체정보로 머리카락을 채취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것은 자신의 ‘생물학적 존재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같다. 미래 사회에서 이 유전 정보가 해석이 가능하다면 중앙 정부는 유전 정보에 따라서 유능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을 분류할 수 있게 된다. ③더 나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층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복제를 당할 수도 있게 된다.

④생체정보의 이용은 우리 사회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피상적인 효과를 위해서 상위 개념인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권이 위협당한다면 생체 인식의 활용은 제한되어야 한다. 어떠한 사회에서도 보호되어야 하는 절대적인 권리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첨삭지도

권력에 의한 복제 염려는 과잉 우려… 간 복제까지 언급해 논제서 벗어나

이번 논술은 인문 사회적 문제에 윤리, 과학, 수학적 지식을 결합한 통합교과의 형태를 띠고 있다. 최근 각종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생체인식 시스템을 토대로 논제가 구성되어 있는데 평소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이라 할지라도 표와 그림이 포함된 제시문을 통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러나 동일한 제시문이라도 그것을 논제에 맞게 가공하고 조립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 현상이나 각종 문제들과 함께 도식화되어 있는 표나 그래프가 제시될 경우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이와 같이 여러 개의 논제가 제시될 경우 자유도가 높은 마지막 논제는 쟁점 사안에 대한 본인의 해결책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논제 3]

① 평소 학생의 독서량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예로 시작한 것에 비해, 마무리가 아쉽다. ‘국가기관에 대한 개인정보의 공여가 하나의 감시 체제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생체인식 시스템을 하나의 <파놉티콘>으로 볼 수 있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② 우리나라의 지문 날인 제도가 곧바로 감시와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단지 감시를 위해서 지문을 채취하는 작업은 시간적, 금전적으로 상당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지문 날인 제도를 제시문 (다)를 통해 확장하여야 옳다. 즉, ‘만약 지문인식 기술이 전국적으로 상용화되고 이 데이터가 국가기관에 대한 공여로 연결된다면 국가는 현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손쉽게 개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도로 바꿔 준다면 매끄러운 연결이 될 것이다. 이 문단 전체가 다소 억지스럽다.

③ 논제에 벗어난 주장이므로 삭제하는 것이 좋다. 공익을 위해 프라이버시권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견해인데 인간 복제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다.

④ 논제와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국가기관의 개인 정보 공여는 분명 국가 운영에 효율성을 더해 줄 것은 분명하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논제 3은 논제 1, 2의 내용을 토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권과 공익의 추구 사이에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는 것이다. 이 논제는 논술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중요하다. 나현덕 학생은 자신의 풍부한 배경 지식을 활용하여 사고의 폭이 넓다는 것은 증명하였지만 부분적으로는 논제에 맞지 않는 논리적 비약이 드러났다. 자신의 결론을 정확히 기술하여 전달하기 위해서는 간결한 표현, 주장과 근거의 적절한 배치, 포괄적이면서 지향성을 띠고 있는 최종 결론 등이 필요하다.

☞논제1, 2에 대한 학생 글 및 첨삭지도와 종합평가는 이지논술 사이트에

이만기 Uwayedu 언어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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