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표현의 상투성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앞서 ∼에 대해 살펴보았다’는 식의 상투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결론을 써 보려고 너무 힘들게 애쓰는 학생이 일부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고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논술에서 상투적 표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논술은 문학적인 글이 아니고 논리적인 글이며 일차적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의사소통하기에 편리해서 자주 쓰게 되는 표현들은 상투적이라 할지라도 감점할 이유가 없습니다.
둘째, 추상적 당위적 내용에 머무르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내용이 문제입니다. 상투적 내용의 결론은 어떤 것일까요? 대표적 예가 바로 도덕적 훈계나 당위적 주장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더욱 정의롭고 근면해야 한다” “나쁜 점은 피하고 좋은 점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그치면 너무 뻔하고 진부한 결론이 됩니다. “잘해 보자, 반성해야 한다, 촉구한다, 밝은 사회를 만들자”는 식의 원칙적 주장에 머무르지 않도록 합시다.
‘의식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글을 흐지부지 맺는 것도 상투적인 결론의 한 유형입니다. ‘관용 정신을 갖자’ ‘대중문화를 바로 세우려는 태도를 확립하자’라든가, ‘외래문화를 수용할 때 주체 의식을 가지자’ ‘올바른 교육관을 확립하자’는 식의 결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의식이 중요하지만 모든 문제의 책임을 의식에만 돌려서는 곤란합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해서 여러 문제가 야기되었다고 하더라도, 더 깊이 있게 반성해 보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하게 하는 여러 사회적, 현실적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의식을 각성하자’는 결론에 머무르지 말고, 주어진 논제와 관련된 사회적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제시해야 합니다.
셋째, 이렇게 사회 변화를 문제 삼을 때, 목표만 제시하지 말고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할 경우, 결론이라고 해서 목표만 추상적으로 밝혀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성적이 떨어진 학생에게 “성적을 올리자”라고 추상적 목표만 제시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야 의미 있는 논의가 됩니다. 넷째, 글의 일관성을 한순간에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말을 써서는 안 됩니다. 결론에서 때로는 표현이 중요할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어차피’ ‘여하튼’ ‘좌우지간’ 등의 표현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들은 지금까지 잘 펼쳐 왔던 자신의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릴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결론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쓴 다음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검토하여 고칠 때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할지 간략히 정리해 보지요. 검토는 세 단계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는 글의 통일성을 높이는 단계입니다. 주된 논의와 관련 없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여, 있다면 제거해야 합니다. 둘째는 글의 조직을 튼튼히 하는 단계입니다. 비판적 독자를 염두에 두고 논리적 연결에 문제가 있거나 비약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보완해야 합니다. 셋째는 전달력을 높이는 단계입니다. 애매모호한 문장과 부적절한 접속어가 없는지 검토하여 자신의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자, 이제 우리 여행이 다 끝났습니다. 대입 논술 답안을 쓰는 기본적인 방법을 글을 쓰는 순서에 따라 쭉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채택한 대학들이 많아서 완결된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문제에 대하여 짧은 글을 답으로 써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완결된 글을 구성하는 능력이 기초가 되어야 여러 방식으로 변형된 실전 문제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이지논술’ 20호부터 박정하 교수의 새로운 논술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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