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정약용의 ‘목민심서’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낚싯바늘에 지렁이를 꿰어서 냇가에 아무리 오랫동안 드리우고 있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물고기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에 ‘목민심서(牧民心書)’를 꿰어서 세상에 드리우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의 ‘목민심서’는 참으로 훌륭한 미끼라서 그 무엇이라도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맑고 고운 어느 날, ‘목민심서’를 미끼삼아 정성스럽게 ‘낚시질’을 하다 보면 세상을 낚게 될 겁니다.

‘목민심서’를 살펴보기 전에,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큰 꿈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까? 여러분이 속한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고 싶습니까? 여러분이 있는 곳이 어디이든, 다스림을 받는 사람이 되기보다 ‘다스리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생활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지닌 사람입니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늘은 소피와 함께 여행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고요? 오늘 소피가 여러분과 여행할 ‘목민심서’는 ‘작은 그릇’이 되려는 사람보다는 ‘큰 그릇’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가 기다리는 것은 ‘큰 그릇’입니다. 만약 아직까지도 이 글에서 눈을 떼고 있지 않다면, 정약용 선생이 여러분에게 ‘세상을 낚는 어부’가 되는 법을 알려줄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세상을 낚는 비법(秘法)을 하나하나 알려 줄게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여러분에게 전해줄 첫 번째 비법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만일 백성을 다스릴 재주가 있다면 스스로를 추천하더라도 좋을 것이다.”

“위엄은 청렴함에서 나오는 것이니 간악하고 교활한 무리들이 겁내어 엎드릴 것이고, 명령을 내리고 시행함에 백성들이 모두 따를 것이다. 만약 자신이 다스릴 고을로 떠날 때의 차림이 사치스럽고 화려하면 아랫사람들이 씽긋 웃으며 ‘알 만하다’ 하고, 만약 검소하고 질박하면 놀라며 ‘두렵다’고 한다.”

세상을 낚는 방법치곤 참으로 간단하지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세상을 건져 올릴 가장 중요한 미끼는 바로 ‘청렴과 검소함’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청렴(淸廉)’은 ‘인격이 높고 탐욕이 없음’을 일컫는 말이고, ‘검소함’은 말 그대로 ‘사치하지 않으며 꾸미지 않고 수수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랍지 않나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힘을 과시하지도 않은 채 단지 ‘청렴과 검소함’만으로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을 ‘목민관(牧民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 있나요? 언뜻 생각하기에, 세상을 다스리는 데에는 참 많은 것이 필요할 것도 같은데 조선의 선비 정약용 선생은 싱겁게도(?) 단 두 가지만을, 그것도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혹시 검소한 차림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웃음을 사지나 않을까요? 정약용 선생은 ‘검소함’에는 다른 사람을 두렵게 하는 힘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정약용 선생은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통해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혹시 여러분 중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의 능력을 썩히고 있는 사람은 없나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약용 선생의 말을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세요. 정약용 선생의 소박한 말 속에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세상을 낚는 방법이 이렇게 쉬울까요? 혹시 정약용 선생이 뭔가 다른 비법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럼 정약용 선생이 전해주는 두 번째 비법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해요.

“작은 길이 꾸불꾸불한 곳에서는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돌아보면 말을 탄 아전붙이들이 비록 진창이라도 말에서 내려야 하니, 이를 배려해 주어야 한다.”

어이쿠, 정약용 선생이 이번에는 ‘배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네요. 어째서 정약용 선생은 자꾸만 뻔한(?) 얘기만 하고 있는 걸까요?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기록한 ‘목민심서’를 보고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고전이라고 부를까요? 참 알쏭달쏭하기만 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정약용 선생의 다른 이야기를 살펴보기로 해요.

유의에게 편지를 썼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훗날 유의를 만나 물었다. “왜 답장을 하지 않았소?” 유의는 “나는 수령으로 있을 때에는 원래 편지를 뜯어보지 않소”라고 대답하였다. 내가 “그건 참으로 그럴 만하지만, 내 편지는 공무(公務)였는데 어찌 뜯어보지 않았소?”라고 묻자, 유의는 “만일 공무였다면 왜 공문을 보내지 않았소?”라고 대답하였다. 내가 “마침 그것이 비밀리에 해야 할 일이었소”라고 하자, 유의는 “그렇다면 왜 비밀히 공문으로 보내지 않았소?”라고 하였다. 나는 거기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 일화 속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요? 열쇠는 바로 ‘목민심서’ 안에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은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습니다. 무려 18년 동안 세상의 쓰임을 얻지 못했습니다.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책이름을 ‘심서(心書)’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나요? 여러분, ‘심서’를 쓰지 않으려면 꼭 ‘목민심서’를 직접 경험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심서’를 쓰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이번 여행을 끝내겠습니다.

황성규 학림 논술 필로소피 논술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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