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실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25일 입수한 올해 1월 11일 열린 KBS 임시이사회 속기록 내용에서 드러났다.
속기록에 따르면 정 사장은 “본부장들은 지난해 7월부터 임원진 20% 임금 삭감으로 지금 고(高)호봉 팀장보다 월급이 적다”며 “노조도 올해 임금을 동결하지 않고 4.5% 인상했기 때문에 이사님들께서 양해해 주시면 반납한 부분을 다시 돌려주도록 조치하겠다”고 하자 이사회는 이를 승인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사회 승인 직후인 같은 달 21일 정 사장과 김 부사장을 비롯해 6명의 본부장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삭감된 임금 20%를 모두 더한 금액을 일시에 돌려받았다. 일시에 받은 돈은 정 사장이 1548만9000원, 김 부사장 1346만1000원, 본부장 6명 1252만8000원씩으로 모두 1억411만8000원이다.
정 사장 등 경영진은 지난해 6월 KBS가 2004년 638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05년에도 8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KBS 사원과 수신료를 내는 국민께 죄송하다”며 경영진의 임금 20% 자진 삭감과 뼈를 깎는 반성을 약속했다.
이어 7월에는 KBS 경영 위기의 책임을 물어 노조의 경영진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임원 전원이 사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한다”며 반성의 수위를 높였다.
경영진이 자진 반납한 임금을 되돌려 받은 것과 관련해 KBS 관계자는 “흑자가 나서 경영진이 삭감분을 돌려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자기 주머니만 채운 것은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며 “경영진은 흑자를 이유로 돈을 돌려받을 것이 아니라 방만 경영이라고 비판을 받는 KBS의 구조조정과 긴축경영에 더욱 힘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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