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는 공대 교수가 아닌 이 대학 최재목(46·동양철학) 교수가 서 있었다. 최 교수는 이날 ‘공자(孔子)의 리더십’을 주제로 1시간 동안 특강을 했다.
최 교수는 공대생이 편하게 강의를 청취하도록 파워포인트로 내용을 준비했다. 그는 중국 고대사회에서 공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왜 현재까지 남아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불우한 가정에서 성장한 공자가 오늘날까지 주목받는 탁월함에 대해 현대 경영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측면이 많다”며 “동양사상에서 강조하는 군자(君子)는 오늘날 조직의 리더”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공학과는 거리가 먼 듯한 공자가 취업과 직장생활 등에도 도움이 될 정도로 새롭게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4학년 임지혜(23·여) 씨는 “공자가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와 호기심이 생겼다”며 “‘군자상달 소인하달’(君子上達 小人下達·군자는 근본에 도달하고 소인은 지엽적인 것에 도달한다는 뜻) 같은 문구도 공학과 거리가 먼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조직의 리더는 큰 틀을 살피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니 쉬웠다”고 말했다.
또 3학년 천우정(24) 씨는 “공자를 최고경영자(CEO)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참신하게 보였다”며 “공자가 성격과 자질이 다른 사람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펴 많은 제자를 양성했다는 점은 인재육성에 많은 관심을 갖는 요즘 기업의 전략과도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다.
영남대 신소재공학부가 이런 ‘공대생 리더십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2004년 3월. 그동안 철학과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 관련 전문가와 직장생활을 하는 선배, 기업 관리자 등이 학생들과 만났다.
교과과정까지 개편해 1학점을 인정받도록 했다. 공대생들이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강의에 참여한 신소재공학부 김석영(52) 교수는 “공대 학생은 졸업 후 취업이 비교적 쉽지만 기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등 조직 적응과 관리 문제는 공학이 제공해 줄 수 없다”며 “공대 학생들이 사회를 넓게 보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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