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속설의 주인공 전어. 제철 맞은 전어축제가 전국에서 한창이지만 축제를 경험한 사람들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홍원항의 전어 맛은 전국 최고’=전어는 지방 함량이 풍부한 9월 중순∼10월 사이가 제 맛. 8월 말부터 서둘러 축제마당을 펼치는 남해안 지역과는 달리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의 전어축제(9월 16∼29일)는 ‘제철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 사람들도 웬만하면 서천을 찾는다. 휴일인 24일 하루만도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서천군민의 절반에 육박하는 3만여 명. 7회째 맞는 축제치곤 서천군 및 지역개발위원회 등 주민 노력을 높게 살 만하다.
23일 대전에서 2시간가량 승용차로 달려 도착한 홍원항. 부둣가를 따라 펼쳐진 30여 개의 몽골텐트는 전형적인 축제장 모습이었다.
30여 척의 어선에서 갓 올린 전어를 두툼하게 썰어 마늘, 고추, 된장과 함께 상추에 싸 뼈까지 먹는 전어회, 그리고 미나리 상추 초고추장과 버무린 회무침, 숯불 위에 올려 고소하게 구워 먹는 구이 맛은 전어의 으뜸이 서천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서비스는 전국 최하=그러나 홍원항에 다녀온 사람들은 “주민들이 전어의 참맛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전어도 한철이니 장사도 한철’이라고 생각했을까.
현지 전어 가격은 1kg에 2만5000∼3만 원 선. 하지만 ‘12마리 정도, 4인 기준’이라는 것은 말일 뿐 막상 상에 올라오는 전어는 7, 8마리에 불과하다. 주로 값싼 냉동 전어를 사용하는 구이도 회와 가격이 동일해 ‘바가지’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윤모 씨는 “전어를 먹은 후 카드를 받지 않아 현금을 몽땅 털어야 했다.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지금 홍원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글을 서천군 홈페이지에 올렸다.
서울에서 전어축제에 왔다는 조모 씨는 “저울질 속임수를 당했다”, 소모(68) 씨는 “익혀 먹기 어려운 것조차 포장해 주었다”며 격분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조차 “상인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챙길 경우 결국 외지인이 외면하게 된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서천군은 묵묵부답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인터체인지 및 국도 21호선에서 홍원항으로 진입하는 지방도의 확장 및 포장을 위한 당국의 지원도 절실하다.
홍원항=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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