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박상석(47·보험회사 지점장), 김미령(43) 씨 부부가 이 학교 장동현(44·신부) 교장에게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1억 원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박 씨 부부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아들이 평소 모교를 너무나 좋아했었다"며 "형편이 어려운 아들의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장학금 기탁의 뜻을 밝혔다.
지난해 이 학교를 졸업한 후 조선대 체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준형(20) 씨는 지난달 21일 집 근처에서 길을 건너다 버스에 치여 숨졌다.
고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준형 씨의 빈소를 찾아 눈물로 애도했다.
친구들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졸업한 뒤에도 수시로 모교를 찾아 선생님들과 축구를 하는 등 모교 사랑이 남달랐기에 이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박 씨는 "아내가 먼저 사고 보상금을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걱정하는 학생들을 위해 쓰자고 했다"며 "아들의 흔적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 학교 측에 작은 비석 하나를 세워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1억 원으로 준형 씨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설립하고 그의 모교사랑을 기리기 위해 학교 주변에 조그마한 기념물을 만들 계획이다.
장 교장은 "선생님들 모두가 준형이를 밝고 착한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준형이와 부모님의 아름다운 뜻이 길이 기억되도록 장학금을 소중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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