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양주 장애인공동체 ‘나루터’ 마을주민 초청 음악회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나루터’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지도교사 등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근 주민을 초청해 핸드벨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동영  기자
‘나루터’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지도교사 등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근 주민을 초청해 핸드벨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동영 기자
다른 이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로만 여겨지는 장애인들이 장애 없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며 참된 나눔의 의미를 일깨운 음악회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 반 경기 양주시 회천4동의 한 카페.

인근의 장애인공동체 ‘나루터’에서 생활하는 정신지체 장애인 30명과 이들을 돌보는 지도교사, 봉사자들이 인근 주민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었다.

지도교사들의 핸드벨 연주로 음악회가 시작됐고 이어 장애인들의 노래와 춤 자랑이 이어졌다. 18∼54세의 정신지체 장애인인 이들의 노래는 애써 반주에 맞추는 것이긴 했지만 보통 사람의 귀로는 참고 듣기 힘든 소리와 몸짓이었다.

그러나 참석한 30여 명의 주민들은 ‘나루터’ 사람들의 그런 괴성과 몸짓이 즐거움의 표현이라는 점을 알아들었는지 함께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음악회는 ‘나루터’ 측이 자신들을 혐오시설로만 보지 말고 함께 즐기며 어울려 살아가는 대상으로 보아 달라는 취지로 인근 주민을 초청해 연 것으로 2회째 행사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나루터를 종종 찾는다는 주민 김삼희(38·여) 씨가 딸 김하늘(10) 양, ‘나루터’ 장애인 한사람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김 씨는 “미움도 손익계산도 하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이곳 장애인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진정한 이웃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며 “아무 조건 없이 반겨주며 사랑을 나눠주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루터’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천주교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운영하는 ‘나루터’는 1993년 회천동에 터를 잡았지만 최근 수년간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택지개발지구가 자리 잡으면서 주민들의 반대 민원에 적잖이 부닥쳐야 했다. 최근에는 양주시가 나루터 터를 학교용지로 개발하기로 한 장기계획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나루터’ 사람들은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지난해 9월에는 장애인 5명이 직접 만든 과자와 음료를 내놓는 카페를 ‘나루터’ 내에 열었다.

주말과 휴일에 문을 여는 30석 규모의 이 카페에는 인근 주민이나 오가는 시민 누구나 들어와서 장애인들의 봉사를 받으며 한잔에 1000원인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나루터 전덕환(50) 원장 수사는 “장애인은 돌봐줘야 할 대상이지만 그들도 장애 없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며 “서로 오갈 수 있는 이웃으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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