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달 27일 백익 문화관광부 문화미디어국장을 상품권 발행업체 대표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성인용 게임과 상품권 발행 업무를 직접 맡은 주무 과장이었던 K 씨의 금품수수 단서를 포착하면서 수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문화부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관계자 1, 2명이 추가로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속도 내는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검찰이 김민석(수감 중)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은 단서를 포착한 문화부 K 전 과장은 상품권 및 게임 관련 업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2004년 5월 문화부가 영등위에 게임물 심사 기준 완화를 요청했을 때와 2004년 12월∼2005년 8월 문화부가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방식으로 인증제를 도입했다가 지정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무 책임자였다.
올해 초 서울동부지검이 수사를 벌였을 때 K 전 과장은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상품권 발행 업체 지정을 받게 해 달라는 전화가 수없이 걸려 와 전화기를 꺼 놓아야 했을 정도였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 상품권 발행을 바랐던 업체들로부터 로비의 타깃이 됐다는 얘기다.
지난달 27일 구속된 백 국장은 상품권 및 게임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어 알선수뢰 혐의가 적용됐지만, K 전 과장은 이 업무를 도맡아 입법 또는 문화부 고시를 만드는 과정에도 관여해 왔다.
검찰은 아직은 K 전 과장의 혐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그 윗선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할 태세다. K 전 과장은 사무관 때부터 게임 관련 업무를 맡았고, 보통 1년 정도 재직하는 게임 관련 주무 과장 자리에 2년 2개월이나 머물렀다.
▽다른 의혹은 없나=이미 구속돼 있는 백 국장의 혐의 부분을 보강수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문화부 직원의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상품권 발행업체인 씨큐텍 대표 유모 씨는 지난해 1∼5월 백 국장에게 상품권 발행제도 및 발행 업체 선정과 관련된 정보를 부탁하며 382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 국장은 당시 상품권 분야와 관련이 없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검찰은 백 국장이 유 씨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담당 부서 직원에게 청탁을 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감사원은 문화부의 정책적인 오류 부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문화부가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를 도입하면서 문화부가 상품권 발행 업체 지정 권한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위탁한 것이 위법인지, 사행성 오락기 등급분류 권한이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제대로 감독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실·국장급을 넘어서서 전직 차관급까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추석 연휴 이후에는 정책 결정에 관여한 공무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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