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나 벌초 위한 통행 지장 있다면 소유자가 길 터줘야"

  • 입력 2006년 10월 3일 17시 32분


묘소가 있는 땅이 주변 토지 소유자가 설치한 담장으로 둘러싸이는 바람에 성묘나 벌초를 하기 위한 통행에 지장이 생겼다면 인접한 토지 소유자는 걸어서 통행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길을 터주고 담장 일부를 허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묘소로 통하는 차로를 내달라며 양모 씨 가족이 인접 토지 소유자 문모 씨를 상대로 낸 통행권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양 씨 가족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양모 씨 가족이 가족 묘소로 사용하기 위해 제주 제주시 해안동 임야 690여 평을 매입한 것은 1994년. 양 씨 가족은 이 땅에 조상 묘 8기를 설치했다. 이 임야는 매도자의 땅으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에 양 씨 가족은 차가 다니는 길에서 가까운 통로를 통해 성묘와 벌초를 했고, 임야 매도자도 양 씨 가족의 통로 이용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묘소의 주변 땅을 사들인 문 씨가 토지 경계를 따라 돌담을 설치하면서 양 씨 가족은 평소 다니던 길을 이용해 성묘를 하려면 돌담을 넘어야 했다. 양 씨 가족은 문 씨를 상대로 돌담을 허물고 차가 다닐 수 있는 폭 3m 도로를 내달라며 통행권 확인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양 씨 가족이 주위 토지를 도보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하면서도 양 씨 가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성묘와 벌초는 1년에 몇 번 없는 일인 데다 돌담을 설치하지 않으면 주위의 토지 사용자들이 무단으로 침범해 문 씨의 토지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소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통로는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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