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용 전략물질 중동에 밀반출 적발

  • 입력 2006년 10월 12일 15시 08분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핵무기 개발이나 맹독성 사린(sarin) 가스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를 중동지역으로 밀반출한 무역업자가 검찰에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12일 우라늄 농축용 불소 생산 촉매제로 사용되는 포타슘 비폴로라이드 15t을 중동의 `핵개발 우려국'으로 몰래 수출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로 무역회사 대표 이모(45)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올해 5월 31일 포타슘 비폴로라이드 15t을 목재 방부제인 것처럼 수출관련 서류를 조작해 미화 2만7500달러를 받고 중동의 수출제한지역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외교 문제를 의식한 듯 해당 국가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포타슘 비폴로라이드 수입업자는 서방 정보기관에 의해 핵개발관련 요주의 인물로 지목돼 있다고 검찰이 전했다.

산업자원부장관이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해 전략물자로 분류한 이 물질을 당국의 허가없이 특정지역으로 수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 가격의 3배 이상의 벌금을 부과토록 대외무역법에 규정돼 있다.

핵공급그룹(NSG)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도 이 물질이 핵무기용 우라늄농축에 필요한 불소 생산 과정에 촉매제로 활용되고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테러에 사용된 사린가스의 원료인 점을 감안해 국가 간 거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작년 12월 23일에도 포타슘 비폴로라이드 25t을 중동국가로 수출하려다 국가정보원에 의해 적발됐으나 위험성을 몰랐다고 해명하는 식으로 사법처리를 피했으며 문제의 전략물자를 압수당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가 포타슘 비폴로라이드를 밀반출한 이후 나머지 10t을 창고 벽면에 쌓아놓아 밖에서 보면 마치 전량이 보관돼 있는 것처럼 위장한 사실도 확인했다.

포타슘 비폴로라이드는 서방권과 중국, 러시아가 예의주시할 만큼 위험한 물질임을 중시해 국정원은 작년부터 이씨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밀반출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달 1일 검찰에 관련자료를 넘겨 이번에 구속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략물자가 핵개발 우려국가에 수출돼 핵무기 개발에 사용된 것이 확인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국가로 낙인찍혀 외교ㆍ안보 상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JAE사는 1984¤1989년 군수물질을 이란에 수출한 것이 문제가 돼 15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고 미국과 신규무역이 1년간 금지되는 불이익을 당했고 일본 도시바기계도 잠수함용 소음제거부품 제작선반 4대를 밀수출했다가 미국과 유도미사일 기술 및 노트북 거래계약이 중단됐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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