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을 수사 중인 프랑스 담당검사의 말이다.
숨진 영아들의 아버지가 신고했다는 점에서 예외적이고, 영아들의 어머니가 범인이란 점에서 당혹스러우며, 더욱이 숨진 영아들을 몇 년씩, 그것도 냉동고에 보관해 왔다는 점에서 상식을 벗어난다는 얘기다.
▽범행 자백=프랑스 언론들은 11일 갓난아기의 어머니로 확인된 베로니크 쿠르조(39) 씨가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뒤 자신이 직접 살해했다는 사실을 프랑스 경찰에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리베라시옹', '렉스프레스' 등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로니크 씨는 2003년 중반 임신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낙태시기를 놓친 그는 남편인 장 루이 쿠르조(40) 씨에게 임신 사실을 숨겼다.
렉스프레스는 "쿠르조 씨 부부가 경제적 이유로 더 이상 아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쿠르조 씨 부부에겐 현재 11, 9세의 두 아들이 있다.
베로니크 씨는 2003년 후반 혼자 집 욕실에서 15분 간격으로 3.63㎏과 3.24㎏의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뒤 곧바로 아기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그는 사체를 내다버릴 수 없어 아기들을 비닐봉지에 싸서 냉동고 서랍에 넣어뒀다는 것.
베로니크 씨는 프랑스 경찰에서 "헐렁한 옷을 입어 배를 가렸고 남편이 출장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워 임신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풀리지 않는 의문=아무리 원하지 않는 출산이었더라도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살해할 어머니가 있을까.
이 때문에 베로니크 씨가 산후 우울증을 앓았거나 가정불화가 범행 동기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베로니크 씨는 아기의 아버지가 남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기들을 살해한 뒤 2년 반 이상 냉동고에 보관한 점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
쿠르조 씨 부부는 아기들이 숨진 뒤인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라에서 서래마을로 이사했다. 사체도 이때 같이 옮겨졌을 것이다.
왜 그렇게 오랜 기간 사체를 처리하지 못했을까. 또 누구나 찾기 쉬운 냉동고에 보관한 이유는 뭘까.
장 루이 씨가 부인의 임신과 출산, 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한국 경찰은 장 루이 씨가 최초 신고자이고 신고 당일 자신의 유전자(DNA)를 경찰에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가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베로니크 씨가 2003년 12월 국내 한 종합병원에서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이 때 부인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장 루이 씨가 알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장 루이 씨가 사체를 발견한 뒤 가장 먼저 현장에 갔던 빌라 경비원의 증언은 그가 이미 사체가 냉동고에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경비원은 "냉동고의 문이 닫혀 있었고 사체가 비닐에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장 루이 씨가 냉동고의 네 번째, 다섯 번째 칸에서 각각 비닐을 풀어 사체를 확인한 뒤 다시 사체를 비닐로 덮고 냉동고의 문을 닫았다는 것인데, 사체를 보고 이처럼 차분하게 대응하긴 힘들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의문이다.
▽충격 받은 프랑스=프랑스의 대표적 뉴스 프로그램인 TF1의 11일 저녁 8시 뉴스에선 3꼭지로 나눠 수사 결과를 상세히 보도했다. 프랑스 경찰서를 생중계로 연결하고 서울에 파견한 특파원의 보도도 곁들였다. 이날 프랑스 북동부 지방에서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열차 충돌 사고뉴스에 버금가는 분량이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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