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증거 수집용 사생활몰카는 초상권 침해" 판결

  • 입력 2006년 10월 15일 16시 55분


보험회사가 민사소송에 활용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의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한 것은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보험회사와의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몰래 사진을 찍힌 방모(43) 씨 가족이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S보험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회사 직원들이 방 씨 가족을 촬영한 행위는 비록 공개된 장소에서 소송에 필요한 증거수집을 위한 것이라 해도 헌법에 규정된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보호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송당사자가 다른 사람의 법 영역을 무단으로 침범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방 씨 가족은 2000년 10월 강원 원주시 부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카니발 승용차를 타고 가다 트럭에 의해 추돌사고를 당한 뒤 보험사에 합의금 200만 원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보험회사는 방 씨 가족의 사고 휴유증을 진단한 병원의 감정결과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오자 방 씨 가족의 집과 사무실 근처에서 8일 동안 방 씨 가족이 일상생활을 잘 지내고 있는 듯한 장면을 몰래 찍어 사진 54장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소송은 2002년 8월 "보험회사가 방 씨에게 46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돼 종결됐으나 방 씨 가족은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S보험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다시 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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