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로 인한 인권 침해 사례부터 살펴보지요.
▽이지은 위원=최근 사례로 ‘김태희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재벌 후계자와의 결혼설(說)이 인터넷 공간에 번지면서 형사 고소를 하기에 이르렀고 상당수의 누리꾼이 불구속 입건됐지요.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 씨의 아들이 사망한 후 악의적 댓글을 달았던 누리꾼들은 형사 처벌을 받았습니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재미로 댓글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받게 되는 고통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죠.
인권침해-인신공격 난무
▽김일수 위원장=악성 댓글은 익명성 뒤에 숨어서 적나라한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내며 폭언을 거르지 않고 표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잡초(雜草)와 독초(毒草)가 무성해 화초(花草)는 찾아보기 어려운 ‘발가벗은 전투장’으로 변했다고 할까요. 감정에 대한 배려도 없이 인격 모독과 명예훼손의 단계까지 번져 가는 양상이 우려됩니다.
▽윤영철 위원=특권층이나 성공한 사람, 또는 인기인일수록 가혹한 내용의 댓글이 뜨는 양상입니다. 모 아나운서의 ‘베스트셀러 대리 번역 의혹’이 터지자마자 ‘백쪽녀’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습니다. “하루 100쪽을 번역했다”는 발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보이는데 인기인에 대한 일반의 정서가 분노로 흐르면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겠지요. 언론사가 인권 침해를 우려해 익명 보도를 했는데 독자가 댓글을 통해 “○○○다”라고 실명을 밝혀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광고성 댓글도 잦아지는 양상입니다.
―정부가 공무원에게 언론 보도에 대한 댓글 달기를 권유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지시 따른 댓글은 압박수단
▽김 위원장=정책의 피드백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의 공유화라는 순기능을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건설적 의견 교환이 아니라 아부성 댓글만 난무하게 될 경우에는 건강성을 유지할 수 없겠지요. 더구나 의도된 조작을 통해 벌 떼처럼 ‘작전’에 나선다면 과거 독재 권력이 자행했던 여론 조작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최 위원=사리 분별 능력이 부족한 세대에게 ‘댓글은 좋은 것’이란 정서를 확산시켜 너도나도 덤벼드는 등 부작용을 빚게 되지나 않을까요.
―악성 댓글을 줄이면서 댓글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면….
포털 자정 노력엔 한계
▽최 위원=기술적 장치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사업자는 많은 접속을 유도해 수익 구조를 창출해 내는 과제와 함께 윤리적으로 깨끗하게 운영할 의무도 지닙니다.
▽윤 위원=강성의 악성 댓글과 온건 합리적 댓글이 맞붙으면 현실적으로 악성 댓글이 공간을 지배하게 됩니다. 온건한 댓글은 침묵하거나 마음 상하면서까지 싸우기 싫다며 떠나 버리는 경향을 보이거든요. 실명제를 시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익명성이 주는 긍정적 기능이 사장될 우려가 있습니다. 대규모 공공 공간에서는 실명 인증을 요구하는 대신 소공간에서는 익명을 허용하는 차별화 적용도 검토해 볼 만합니다.
법으로 경각심 일깨워야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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