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경남지사의 ‘법과 원칙’ 흔들리나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6시 29분


2003년 경남을 강타했던 태풍 ‘매미’가 3년이 지난 지금 큰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복구공사를 수의계약하면서 예정가를 업체에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시군 공무원 6명이 최근 공직을 떠나야 하는 자격정지 등의 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선고유예가 내려졌으나 검찰이 항소한 결과다. 이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당시 창녕 부군수(현 경남도 농수산국장)와 의령 부군수(현 양산 부시장), 두 군청 소속 과장과 계장 등이 당사자다. 그 당시의 거창 및 고성 부군수 등도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공무상의 비밀 누설로 보기 어렵고 부군수와 계장은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개인 비위와는 더더욱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부단체장은 계약과 지출을 책임지는 경리관이지만 단체장의 지휘, 통제를 받는다.

단체장이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단체장 이하의 공무원에게 내려진 공직 박탈형은 가혹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들의 보직 유지 여부를 놓고 김태호 경남지사 역시 난감한 처지다.

경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태풍 관련 간부 공무원에게 직위를 계속 주는 것은 과거 하위직 처리 관례에 비춰 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16일까지 사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노조 홈페이지에도 “퇴직 사유 판결이 나면 대법원 확정판결 이전까지 직위해제를 하는 게 옳다”며 “고무줄 잣대가 아니라면 직위해제 대상”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김 지사는 “최종 판결을 지켜보자”는 쪽이다. 2003년 당시 김 지사는 거창군수였고, 그를 보필한 직원도 기소돼 있다.

그는 법외단체인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전에 없이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노조 간부 3명은 옷을 벗겼다. 언론은 그를 원칙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원칙이 들쭉날쭉하면 곤란하다. 공무원 몇 명의 진퇴 문제로 축소할 일도 아니다. 제갈량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떠올리게 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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