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시사이슈로 생각 넓히기]다이어트 광풍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5분


《현대 여성들에게 다이어트는 관심 영역을 넘어서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는 민감한 주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도 다양하다. 원푸드 다이어트, 한방 다이어트, 운동요법….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이어트’ 한 단어만 쳐도 수많은 사이트가 뜨고 있다. 가히 다이어트 광풍의 시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런 다이어트 광풍 현상이 왜 일어나게 되었으며 또한 우리의 균형 잡힌 시각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사전적 의미에서 다이어트란 음식을 조절함으로써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하여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을 이른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면 굳이 이견을 제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을 ‘체중’만으로 삼을 때는 문제가 생긴다. 일례로 ‘낸시 레이건 효과’를 들 수 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의 부인 낸시 레이건을 두고 나온 말이다.

그녀는 날씬하다 못해, 보기 흉할 정도로 마른 육체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낸시 레이건 효과’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의 아내일수록 더 날씬하며 식욕장애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는 살이 찐 것이 호화와 부의 상징이었으나 오늘날엔 정반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다이어트 광풍은 하나의 전쟁과 같이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광풍 속에 담겨진 의미는 무엇일까? 다이어트 광풍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남성 지배의 사회와 소비자본주의 ‘수요 창출’ 마케팅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사회학자 이영자 씨는 “몸만들기 전쟁은 자신의 몸을 적으로 삼는 전쟁”이라면서 여성문화에 파급시키는 문제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몸만들기 경쟁은 남성지배문화가 요구하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여성들 스스로가 좀 더 적극적, 노골적으로 동조하게 만든다. 따라서 몸매 가꾸기 경쟁은 여성의 정체성과 자기실현을 왜곡된 방향으로 유도하여 육체의 가치를 인격적 가치보다 우월한 것으로 취급하는 여성문화를 조장한다. 또한 몸매 가꾸기 경쟁은 소비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육체적, 정신적 억압을 여성의 자기 억압으로 적극 내면화하게 만들며 이것은 여성들끼리의 경쟁을 통해서 점점 더 심화된다.”

물론 남자들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성의 ‘근육 만들기’는 남성이 여성과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근육 만들기’도 자기 부인(否認), 고통, 신체를 별개의 것으로 보는 관념이라고 하는 점에선 다이어트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소비자본주의의 ‘수요 창출’ 마케팅을 들 수 있다. 만약에 지금과 같은 미(美)의 기준이 달라지면 다이어트를 포함한 뷰티산업은 붕괴되고 엄청나게 많은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다. 다이어트·미용·유행 산업의 목적은 “여성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진 모든 것에 불만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뷰티산업 시장은 연간 약 8조 원이고, 그중 다이어트 산업은 약 1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에 다이어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있다. 외모에 공들이는 것을 개인적 자유와 권리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여성의 열망도 정신적 만족도와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현안이든 긍정과 부정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극단이다. 육체와 정신의 균형이 중요하고, 남녀차별과 소비자본주의의 과도한 이윤 추구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다이어트도 생각 나름이다. 좋은 외모의 가치를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 상호 간의 가치를 인정해 주되, 외모에 대해서 굳이 목숨 걸고 들이대지는 말자.

정용휴 인천 대건고 선생님

■생각해 보기

1. 안티미스코리아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 미를 추구하는 행위조차 소비자본주의사회의 논리에 종속되어 주체화되기보다는 객체화, 대상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을 진정 자신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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