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시험이 말썽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시험을 대행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은 iBT 이전에 치른 9월의 마지막 CBT(Computer-based Testing) 토플시험 신청을 ‘전화로만 받겠다’며 1개 전화번호만 공지했다. 수많은 지원자가 온종일 전화에 매달려 있었지만 통화 중 신호음만 듣고 분개했다. 6월에는 전화접수 대신에 방문접수만 받아 접수창구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런 주먹구구식이고 고압적인 접수 태도가 미국 방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한미교육위원단은 이번 iBT시험 차질이 서버의 기술적 결함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토플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유학시장인 미국은 외국인 대상의 토플시험으로 엄청난 응시료 수입을 챙기면서도 기술적인 문제 점검을 소홀히 한 채 iBT 전환을 강행했다. 더욱이 시험방식을 바꿀 때마다 응시료가 늘어나 iBT 시험 응시료는 170달러나 된다.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시행하는 토플은 해외유학은 물론이고 외국어고 및 일부 대학의 특차전형에도 적용돼 국내 응시자가 연평균 8만여 명에 이른다. 대학 진학이나 유학에 필수적인 토플시험 일정이 어긋나면 응시생의 인생 스케줄이 흐트러져 버린다.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ETS가 드러내는 고압적 자세와 불친절은 결코 서비스기관답지 않다. 이런 행태가 한국 젊은층의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감상적인 반미(反美)정서의 불씨가 된다는 사실을 해당 기관과 미국 각계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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