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잔디구장 등은 고교 26회를 비롯한 동문들이 모금한 3억 원에다 관할 수성구청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금 등으로 최근 조성됐다. 개교 85년을 맞아 동문 4만여 명이 대륜중고교 후배들을 위해 다른 중고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운동장 시설을 ‘선물’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설립된 이 학교는 최근 들어 유구한 역사에 걸맞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 수는 62명으로 대구와 경북지역 전체에서 1위다. 이는 외국어고와 과학고를 제외한 일반계 고교로서도 전국 최고 수준.
대륜고가 일류 학교로 뿌리를 내린 것은 이 학교 졸업생들의 끈끈한 후배 사랑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큰일을 해야 하는 인재는 단순히 공부만 잘해서는 안 되죠. 대륜학교에서 공부한 선후배들이 서로 벽돌을 쌓는 마음으로 한국의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이 되자는 뜻이 넘쳐야 합니다.”
박영희(66·대구삼성염직 대표) 총동창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동문회를 비롯해 국내외에 결성돼 있는 대륜동문회가 매년 후배들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은 1억 원. 동문회는 앞으로 장학금 규모를 늘리고 학교시설 개선에도 적극 힘을 모을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 동문회는 거의 매년 학생지도에 힘쓴 교원을 3, 4명씩 선정해 부부동반으로 초청하고 있다.
동문회는 1966년 8월 해병대 청룡부대 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적이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막고 산화한 이인호(대륜중고교 졸업) 소령을 기리는 뜻에서 지난해 이맘때 교정에 흉상을 세우기도 했다. 체육대회에 참가한 유광진(64·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재경동문회장은 “80년 넘도록 이어오고 있는 이 같은 희생정신은 대륜인의 자부심이자 DNA”라며 “후배들이 학교의 이름을 높이는 게 곧 나라를 위하는 길이므로 동문이 모교 발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동문 5000여 명은 10여 년 전에 장학재단을 설립해 매년 후배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대륜고 이종익(58) 교장은 “각계에서 활동 중인 동문 선배들의 관심은 재학생들에게 그 자체로 큰 교훈과 힘이 되고 있다”면서 “3만 평의 넓은 교정에서 세계를 누비는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전체 교직원이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