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에 올려놨는데 조회수가 대부분 0이에요.”(서울 S여고 교사)
“학교 게시판에 붙였죠. 그런데 애들이 자기가 치른 시험을 뭐 하러 또 쳐다보겠어요?”(서울 D고 교무부장)
일선 고교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학업성취도 평가문제(시험문제)를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라는 교육부의 지시는 4월에 있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고교에서 내신 부풀리기가 심해 학생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대학의 불만을 다독거리기 위해서다. 시험문제를 공개하면 내신 부풀리기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일선 고교는 즉각 반발했다.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교사의 평가권을 제약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이 고교를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심지어 “홈페이지가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고교도 있었다.
교육부는 발표 한 달 만에 슬그머니 공개 수위를 낮췄다. 가정통신문이나 학부모 총회, 유인물을 통해 공개해도 좋다고 물러섰다.
그러자 일선 고교도 나름대로 꾀를 냈다. 공개는 하되 공개의 취지를 살릴 수 없는 방식을 찾아냈다. 여름 방학 중 복도에 시험지를 붙여 놓는가 하면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일부 교직원만 볼 수 있도록 공개한 학교도 있었다. 교실이나 교무실에 시험지를 비치해 놓았으니 학부모가 와서 보라는 학교도 있었다. ‘형식’을 중시하는 교육당국에 교육 현장도 ‘형식’으로 맞선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험문제를 공개해서 고교 내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성공률 99.8%’라는 교육부의 발표는 떳떳하지 못한 실적 부풀리기다. 일선 현장만 고달프게 하는 전시행정의 표본일 뿐이다.
한 교사의 말은 현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어차피 1, 2학년은 이미 상대평가를 하고 있는데 시험문제 공개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당분간 시늉이나 하는 거죠.”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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