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김선혜 부장판사)는 18일 감사원에 의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현준희 전 감사원 주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 씨는 1996년 총선 직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 모 국장이 뚜렷한 이유없이 중단시켰으며 배후에 청와대 측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재판부는 "감사원 간부가 콘도 승인과 관련한 부분을 다른 국(局)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해 더 이상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가 중단돼 적어도 그런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 간부가 외압을 받아 감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간부가 고위층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감사중단을 지시했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각 신문사가 이를 과장·확대 보도했다. 피고인이 '간부가 외압을 받아 감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고의 및 비방의 목적 여부에 대해서도 "피고인으로서는 감사원이 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공무원을 상대로 한 재계의 로비가 존재한다면 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른바 '양심선언'을 한 것으로 보여 모 간부를 비방할 목적으로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 씨는 감사원에 의해 고소돼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002년 대법원은 "현 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원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감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한 데는 감사원 간부 등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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