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원 정도의 재산가로 잘 알려졌던 김 씨는 한 씨로부터 "요즘 카자흐스탄이 골프 치기에 그만이니 나와 함께 가면 최고급 빌라에서 여자 모델과 섹스관광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정골프와 섹스관광 얘기에 솔깃해진 김 씨는 한 씨가 "여행경비를 놓고 내기골프를 하자"고 제안하자 바로 승낙해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
한 씨는 골프 실력을 숨기고 일부러 내기에 져 여행경비를 대고 김 씨 등 3명을 데리고 카자흐스탄 알마타로 갔다.
공짜 골프를 치던 김 씨는 한 씨의 제안으로 공범 김모(53) 씨가 운영하는 카지노에서 카드 게임의 일종인 바카라를 하면서 돈을 계속 잃었다.
김 씨가 종업원이 건네는 음료수를 마신 뒤 정신이 몽롱해지자 옆에 있던 한 씨는 무담보로 도박자금을 계속 빌려줬다. 새벽이 되자 빚이 산더미같이 불어 4억 6000만 원이 됐다.
그러자 한 씨는 김 씨를 도시 근교의 작은 여관방으로 데리고 가 "이 카지노는 러시아 마피아와 연결돼 있다"면서 "한국 사람 한 명 없어져도 아무도 모른다"고 협박하며 차용증을 쓰게 했다.
여권을 빼앗긴 김 씨는 5일 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국내 가족들에게 전화해 "돈을 송금하라"고 부탁해 2억3000원을 한 씨에게 줬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19일 공갈 등의 혐의로 한 씨와 카지노 업주 김 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교포 출신 카지노 업소 종업원 박모(37)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골프장에서 만난 이들은 3월 카자흐스탄에 카지노를 만들었으나 장사가 되지 않자 골프장에 다니는 부유층을 유인해 돈을 뜯기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씨 등은 4월 15일 경 골프장에서 재력가 손모(50) 씨를 카자흐스탄으로 유인해 같은 방법으로 돈을 뜯으려다 손 씨가 한국 대사관에 신고하는 바람에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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