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장소와 시점, 정확한 양 등 구체적 내용을 ‘안보사항’이라는 이유로 일절 공개하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다른 사안도 아니고 국민의 인체(人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항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과학기술부는 25일 “정부는 북한이 9일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사실을 공식 확인한다”면서 “핵실험 장소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지역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과기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자체 수집한 지진파 분석 △국내에서 모은 대기 중에서 핵실험과 관련된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이 검출된 점 △미국이 우리 측에 공식 통보한 방사성 물질 탐지 결과 등에 따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영 과기부 홍보관리관은 “그러나 크세논이 검출된 정확한 시점과 장소, 크세논의 양, 검출에 이용된 장비와 전문인력 등 모든 내용이 ‘안보사항’이어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또 미국이 우리 정부에 통보한 내용에 대해서도 역시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홍보관리관은 “과기부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과기부의 발표 채널을 홍보관리관으로 일원화했다”며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 이외에 다른 어떤 사항도 답변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빌린 크세논 측정 장비는 11일 국내에 들어와 조립돼 휴전선 인근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열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 당연히 핵의 종류와 양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며 “과기부의 이번 발표 내용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크세논::
핵실험 이후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수백∼수천 종의 방사성 물질 중 하나. 원소기호는 Xe로 색깔과 냄새가 없는 기체다.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하지 않고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핵실험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핵심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핵실험으로 생기는 방사성 물질 중 가장 가벼워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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