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역대 12번째 국민장이다. 1983년 아웅산 테러로 희생된 서석준 부총리 등 16명에 대한 장의행사 이후 23년 만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50여 분간 경복궁 앞뜰에서 거행된 최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에는 노무현 대통령 부부와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3부 요인 및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 20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에서 장의위원장인 한명숙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고인께서 1973년 긴박했던 오일쇼크 때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한국에 대한 석유 공급 약속을 받아 낸 사실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업적으로 남아 있다”고 술회했다.
또 한 총리는 “고인은 오래전에 방문했던 강원도 탄광촌 석탄노동자의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평생 끝까지 연탄을 때겠다’고 한 약속을 결코 잊지 않고 실천에 옮기셨다”며 “50년 가까이 쓴 낡은 선풍기나 검박한 살림살이를 한 번도 부끄러워하지 않으신 고인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선비의 표상”이라고 애도했다.
오전 11시경 영결식을 마친 뒤 최 전 대통령의 영구를 실은 차량 등 운구 행렬은 경복궁에서 서울시청 앞길을 지나 대전으로 향했다.
최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은 오후 2시경 대전국립묘지에 도착했으며 비가 내리는 가운데 유가족과 장례집행위원장인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 박성효 대전시장, 김정식 충남지방경찰청장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장식이 거행됐다.
최 전 대통령의 봉분은 국립묘지법에 따라 높이 2.7m, 바깥지름 5m, 안지름 4.5m의 크기로 조성됐다. 안장식에서는 임시로 ‘제10대 대통령 최규하, 영부인 홍기의 묘’라고 적힌 목비를 봉분 앞에 세웠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JP “내년 대선서 후보 지원할 것”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26일 “내년에 우리나라의 내일을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이 있다. 어지러운 일들을 말끔히 청소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애국하는 일”이라며 “내년에 그런 위인이 출마하면 전국을 다니며 뒷받침하는 것을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삼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참석한 가운데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27주기 추도식 인사말에서다. 이를 놓고 추도식장에선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다른 속내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들이 나왔다.
또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 슬하에서 큰 전두환 씨가 정권 찬탈 후 추도식을 못하게 막아 1986년에야 다시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리에 와서 머리를 숙이고 뉘우쳐야 할 사람이 오늘도 안 보인다”며 전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추도식에 앞서 기자들에게 “한미가 전쟁 억지력을 위해 공들여 만든 한미연합사를 (정부가)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엉망으로 만들어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정부에 굉장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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