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중앙 수비를 맡았던 파트리크 뮐러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두 차례나 핸들링을 했지만 반칙 판정을 받지 않았다. 모두 페널티킥 판정이 나오고 한국이 득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중간고사가 한창인 대학가의 PC방이나 당구장을 가 보면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평상시에 절반가량 차는 도서관 열람실이 연일 만원이다.
고시 서적이나 공무원 준비 수험서가 대부분이던 열람실에 전공 서적이 많이 보인다. 취업이 어려운 요즘 대학생이 학점에 목을 매는 모습은 당연하다.
1학기 기말고사 때다. 오전 4시에 열린 한국-프랑스전을 시청했다. 물론 경기 시간 전까지는 공부를 했다. 밤을 새우고 오전 10시 전공 시험을 치렀다. 담당 교수님은 학생을 믿고 시험 감독을 안 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에 들어온 학생이 내 근처에 앉았다. 교수님이 나가자마자 그는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열심히 베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순간 고민했다. 고민하는 동안 시험은 끝났다. 나중에 들으니 그 학생은 A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학점을 받았지만 매우 허탈했다.
대다수 학생은 부정행위를 안 한다. 그럼에도 매년 총학생회는 시험 기간에 부정행위를 하지 말자는 홍보 스티커를 캠퍼스 곳곳에 붙인다.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대표팀은 독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뮐러의 핸들링 반칙을 주심이 잡아 주지 않았고 결국 스위스에 패했다.
지금 이 순간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부정행위를 한 학생과 같은 학점을 받는다면 스위스전 직후와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좋은 학점을 받고 싶어 부정행위를 할지 말지 고민하거나 별별 방법을 찾는 학생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이태호 서울시립대 법학부 3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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