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초등생 논술 클리닉

◎ 논제

고전소설의 주인공 홍길동은 도둑들의 소굴에 들어가 힘을 겨루어 우두머리가 된다. 그 후 자신의 판단에 따라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거나 나쁜 일을 한 관리들을 벌주고 그들의 재산을 강제로 뺏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사회 규칙으로서 법과 인간된 도리인 정의라는 면에서 홍길동의 행동은 바른 것인지 400자 내외로 논술하세요.

■ 논제 분석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과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계획한다. 만약 목적이 옳지 못한 것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비난받을 것이지만 목적이 옳고 방법이 바르지 않을 경우에는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홍길동은 부정하게 모은 재물을 훔쳐 가난한 사람을 구제한 의로운 도둑이다.

이번 논제는 도덕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의로운 목적을 향했던 홍길동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평가의 중요한 쟁점인 정의와 법이라는 개념을 논제에서 미리 언급하여 글쓰기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법과 정의가 대립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법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를 조절하여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변해 갈 것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법이 정의를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홍길동이 살았던 시대가 바로 그러한 때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논제를 해결함에 있어 법과 정의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문제 분석 능력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에 초점을 두었다.

수단과 목적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르다. 목적을 위해 융통성 있게 수단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고 수단 또한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융통성을 인정하는 것은 자칫 기본 질서에 대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고 도덕적인 수단만을 고집하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여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자신의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합리적인 태도를 길러야 할 것이다.

핵심연계 교과 분석
교과목	학년	연계단원	논제와 연계 요소
국어	4-2	첫째마당. 생각의 열매를 모아	함께 의논하기
국어	5-1	넷째마당.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적절한 예를 들어 가며내 의견 쓰기
도덕	6	5. 함께 지키자	법과 규칙을 잘 지켜야하는 까닭

■ 핵심 키워드

▶ 정의(正義)

정의란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도리를 뜻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를 공정하게 이끌어 갈 가치가 필요하다. 오랜 세월 동안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행동해야 할 규범으로 정해진 것이 사회 정의이다.

▶ 법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갖는 사회 규범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다양한 규칙이 만들어졌고 그중 꼭 지켜야 할 것들을 법으로 정해 강제적으로 지키도록 한 것이다. 만약 법을 어겼을 경우, 그에 따른 벌을 받는 것은 법을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 예상 문제

1.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친구와 제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탈출을 권했지만 그는 ‘악법도 법이다’라며 거절하였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2. 나무꾼과 사슴 이야기에서 나무꾼은 사슴을 숨겨 주고 사냥꾼에게 사슴이 간 방향을 반대로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나무꾼의 행동을 평가해 보세요.

■ 학생글

이순기·경기 창영초등학교 5학년

우리는 조선시대 홍길동을 떠올리면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홍길동이 의적이라고 하지만, 법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범죄자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 스스로 평가할 때 의적이라고 할 것이다.

분명 그는 정의로운 자이다. 그러나 법과 정의는 분명 다르다. 정의와 법은 같은 관점에서 시작했지만, 법은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을 지켜줄 수 없다. 하지만 정의는 약속되지 않았어도 가난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 법을 어긴 홍길동의 행동은 옳았던 것이다.

탐관오리들이나 악덕 부자들은 서민들을 착취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웠기 때문에 홍길동은 그걸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 죄밖에 없다. 그의 입장에서 본 정의는 그 길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도둑질을 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홍길동의 의적 행위는 면죄받아 마땅하다.

오광록·경남 봉원초등학교 4학년

홍길동은 약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아주 마음씨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 규칙과 법으로 이야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첫째, 나쁘게 돈을 모은 양반,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 나쁜 짓만 하는 도둑놈을 혼내주고 돈을 빼앗은 것은 힘센 사람이 힘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러므로 홍길동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간의 도리인 정의라는 면에서는 나쁜 사람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힘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 주는 것은 백성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나 또한 그 일을 해보고 싶다. 그러나 그 짓보다 좋은 생각이 있다. 만약 힘센 친구가 힘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면 그 힘센 친구를 혼내 주는 것이 아니라 힘 약한 친구를 도와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홍길동 행동 좋은 평가보단 객관적으로 설득했어야

■ 총평

이번 논제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으로 법과 정의, 목적과 수단이라는 양립된 가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법과 정의가 맺고 있는 관계를 살펴보는 일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인 법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인간된 도리인 정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바탕으로 홍길동의 행동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홍길동의 행동이 옳다면 사회적 약속인 법의 지속 여부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만일 옳지 않다면 정의를 고려하지 않은 법이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번 논제의 경우는 법과 정의의 관계를 고려하여 논술문을 전개해 나갔는지가 평가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순기 학생은 법과 정의의 관계를 신중히 고려하여 논술했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으니 법을 대신한 홍길동의 죄는 용서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논제에서 요구한 정의는 ‘인간된 도리’로서의 개념이다. 하지만 이순기 학생은 ‘정의’를 법의 존재 목적인 ‘진리에 맞는 바른 도리’로 개념을 잘못 파악하여 논제의 요구에서 어긋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이순기 학생의 주장대로라면 목적을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정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법을 어긴 홍길동의 행동을 좋게만 평가하는 것이 옳은지, 법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경우에는 어떻게 인간된 도리를 지켜 나가야 하는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술했더라면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오광록 학생 역시 논제에서 요구한 법과 정의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정의의 관점으로 보면 좋은 사람이지만 법을 지키지 않은 행동은 잘못한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술문은 충실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유기적인 전개 또한 중요하다. 서론에서 사회 규칙과 법의 시각에서 보겠다고 전제한 뒤 본론의 두 번째에서 든 근거에는 정의에 관한 측면을 다루어 글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또 홍길동의 행동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그 일을 해보고 싶다’고 연결하여 논점을 흐렸는데 이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결론으로까지 이어져 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닌 일반적 관점을 유지하며 논술하는 것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는 점을 기억하자.

김경아 고려독서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

서린이 형제는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는 편인데 서린이 아빠는 텔레비전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며 ‘TV 안 보기 운동’에 동참하자고 하십니다. 서린이는 이런 아버지의 제안에 반대하였습니다. 서린이의 입장이 돼 텔레비전을 없애면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하고, 올바른 텔레비전 시청 방법을 400자 내외로 써 보세요. [국어 6-2 넷째 마당. 문제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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