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극단으로 20년만에 전국대회 대상 받은 ‘십년후’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6시 35분


“인천에서 제작한 작품이 20년 만에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해 의미가 큽니다. 뮤지컬로 문을 두드린 뒤 정극으로 서울 연극계에 진출하려는 계획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네요.”

극단 ‘십년후’(www.samsin.info)를 이끌고 있는 최원영(50) 대표와 단원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십년후의 대표작인 ‘사슴아사슴아’가 2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막을 내린 제24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기 때문. 대상 외 연출상과 연기상도 휩쓸었다.

이 작품은 997년 왕위에 올랐다가 ‘강조의 정변’으로 폐위된 뒤 살해된 고려 제7대 왕 목종(980∼1009년)의 비극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 주는 역사극이다. 15개 시도 대표작과 경합해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내년 5월에 열릴 서울연극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십년후는 1994년 창단 이래 국내 설화를 소재로 한 창작극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그동안 편당 수억 원씩 투자해야 만들 수 있는 뮤지컬 4편을 비롯해 20여 편을 무대에 올렸다.

이 중 ‘삼신할머니와 일곱 아이들’이라는 뮤지컬은 ‘명성황후’처럼 문화관광부로부터 ‘좋은 작품’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지역예술발전기금을 지원받게 됐다.

2002년 초연된 이래 전국 6개 도시에서 200여 회나 공연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단군 신화와 주몽 설화를 재해석해 어머니의 사랑을 조명한 ‘도칸’(임금 도둑이라는 뜻)이라는 뮤지컬은 12월 7∼10일 인천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

극단 활동이 이처럼 왕성한 것은 단원들의 끈끈한 결속력 덕분이다.

최 대표와 직원들은 거의 무보수로 일하고 있고, 20여 명의 배우들도 최소 생계비 정도만 받으며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그래서 상임 연출가, 극작가, 조명, 음향 등 특수 분야를 맡은 사람들은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가지면서 극단에 출근하는 ‘투잡’족이다.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의사회나 교육청 등과 연계된 20∼30분짜리 ‘교육 연극’을 연기해 그나마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배우들에게 사물놀이, 무용, 노래, 화술을 가르치는 강사들도 거의 보수를 받지 않고 강의하고 있다.

이처럼 ‘십년후 식구’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 제작비가 다른 극단에 비해 10분의 1이면 족하다는 것.

행정학박사인 최 대표의 경우 대학 등에 출강한 강사료를 받아 극단에 투자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집안 살림 꾸려 가는 일은 교사인 아내의 몫이라고 한다.

최 대표는 “사설 극단은 ‘예술극’으로는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뮤지컬과 같은 대작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 한다”며 “강의가 없는 날이면 극단에 와서 경비를 서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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