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음모있다” 검찰 “증거있다”

  • 입력 2006년 11월 2일 02시 56분


4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론스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옆에 배석한 엘리스 쇼트 부회장(왼쪽). 쇼트 부회장에게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4월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론스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옆에 배석한 엘리스 쇼트 부회장(왼쪽). 쇼트 부회장에게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참고인 자격으로 곧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채동욱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범죄혐의가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이 전 부총리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며 “곧 조사 일정과 방법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한 2003년 당시 론스타에 법률조언을 해준 김&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 전 부총리는 2003년 당시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등 금융 당국에 진출한 자신의 인맥을 통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갖추도록 법적인 해법을 조언하는 등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앞서 검찰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과 관련해 이 전 부총리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6월 16일 이 전 부총리를 출국금지했다.

한편 론스타는 검찰이 론스타 경영진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 성명서를 내고 “한국 검사들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막연한 음모론에 근거해 수사를 진행했다”며 “이는 정치적으로 의도된 수사”라고 주장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외환카드 주식 가격을 인위적으로 하락시켰다는 비난은 거짓”이라며 “론스타는 한국의 은행 감독당국의 강한 압박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외환카드의 구제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수사야말로 한국 사회 일부에 남아 있는 반외국인투자가 정서에 따라 발생했다”며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를 갖고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채 기획관은 “검찰은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 론스타 경영진 3명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했고 혐의가 인정되면 사법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소환에 불응하면서 증거 유무를 논하지 말고 할 말이 있으면 조사를 받으면서 항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론스타 ‘주가조작’ 판명땐 대주주 자격상실

‘계약 파기냐, 협상 강행이냐.’

지난달 31일 검찰이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의 경영진에 대해 무더기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그동안 교착상태를 보이던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속도를 낼지, 아니면 더 꼬일지 중대 갈림길에 섰다.

○다급해진 론스타

주가 조작 혐의가 법원 판결로 확정되면 론스타는 은행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외환은행 주식 강제 매각처분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현재 진행 중인 매각 협상에 적극 달려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론스타 측은 1일 “이번 주가 조작 혐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와는 관계가 없다”며 협상 강행을 시사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을 사줄 협상 파트너로 국민은행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 검찰 수사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어서 매각 가격 인상이나 배당 등 기존의 요구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최근 사석에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국민은행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론스타가 먼저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해외 펀드 등 다른 인수자를 물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은 고심 또 고심’

국민은행이 기다리는 것은 오로지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다.

올해 5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하면서 “대금 지급을 위해선 감사원이나 검찰 조사 결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입 등 제약 요소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검찰 수사 결과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으로 판명 날 경우를 대비해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국민 여론이다.

국민은행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할 수 있지만, 론스타와 매각 협상을 계속 진행하다가 “불법 투기자본의 ‘먹튀’를 도와준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도 이날 성명에서 “론스타에 대한 사법 처리가 끝나기 전에 매각 승인 및 대금 지급이 강행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주가 조작 혐의를 발표했지만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기업결합 심사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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