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사회? 음악? 연기하며 배워요”

  • 입력 2006년 11월 2일 02시 56분


교사도 학생들도 함께 교실에 둘러앉았다. 장애인을 상징하는 ‘반쪽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다(사진).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용두초등학교. 전교생이 92명인 이 학교에서는 이날 고양문화재단이 주최한 ‘시르릉 삐쭉 할랑뿡 그리고 반쪽이’ 공연이 열렸다. 장애인은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과 조금 다를 뿐,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극이었다.

공연에 나선 역할극 전문 배우들은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인 이 학교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던져 극 속의 상황으로 끌어들였다.

이 공연의 기획 의도는 여느 연극과는 달랐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가르친 내용을 학생들이 연극으로 같은 반 친구들에게 표현하는 기법을 가르쳐 주려는 것이 이 연극의 목적이었다. 이날 공연은 고양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교육연극 프로젝트의 일부분이었다. 고양시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문화재단이 공연장을 벗어나 지역의 학교와 예술교육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지방자치단체의 초등학생들은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예술을 통해 표현하는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고양문화재단 교육팀은 지난해부터 미국 뉴욕대에서 교육연극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병주 박사를 초빙해 고양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연극을 통한 수업방법을 가르쳐 왔다.

고양지역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취지를 설명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다른 교육과 달리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도 않는 이 교육에 지금까지 20여 개 학교에서 연인원 250여 명의 교사가 참여해 새로운 교수방법을 배워갔다. 사회과 등은 물론이고 체육 음악 미술도 연극으로 표현이 가능했다. 1회 교육도 있었지만 6월에 시작된 워크숍은 몇 주에 걸쳐 진행됐다.

교육연극 강좌에 참가했던 고양시 백석초등학교 염순덕(46·여) 교사는 “체육시간에 ‘자연보호’를 연극으로 표현하게 했더니 학생들이 주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고양문화재단은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직접 표현해보면 말 그대로 심화학습인 데다 창의력과 표현력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고양문화재단은 용두초등학교에 이어 다섯 학교에서 전문배우의 공연을 계속해 나가며 교육연극 프로젝트를 진행해 갈 계획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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