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을 팔더라도 빚이 많아 배상을 해줄 형편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원장의 부인이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에 손해배상청구도 접고 딸을 가슴에 묻었다.
김모(34) 씨 역시 5살 난 둘째 아들을 보면 눈물만 난다. 다른 아이가 유치원 미끄럼틀에서 밀어 곤두박질치다 머리를 다쳐 자폐증상을 보이고 있다. 유치원과 가해 아동 측으로부터 8000만 원을 받았지만 돈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맞벌이 부부와 전일제 보육시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이곳에선 가끔씩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만 관련 법규나 보상책이 미흡한 실정이다.
유치원은 학교로 분류돼 어린이집에 비해 보상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유치원 8175곳 중 시도교육청이 관리하는 학교안전공제회에 가입한 곳은 6069곳,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 가입한 곳은 4609곳이다. 하지만 공제회나 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며, 가입 액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 충분한 보상을 하기는 힘들다. 사립유치원은 소액의 일반 보험에만 가입한 곳도 많다.
일반 보육시설로 분류된 어린이집의 사정은 열악하다. 유치원과 달리 공제회가 없고 영세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사고를 행정 관청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교육청 등은 안전사고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이른바 '영어유치원'도 문제다. 어학원 등이 운영하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대부분 '유치원'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는 학원법에 의한 학원이다. 학원은 유아의 특성에 맞는 시설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 학원은 급식을 하더라도 구청에 신고할 의무도 없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안'에도 어린이집이나 영어유치원은 빠져 있다.
한국생활안전연합 윤선화 대표는 "어린이 관련 시설은 잘 만들어진 안전 기준에 따라 만들어져야 하며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백해야 한다"면서 "어린이집이나 놀이터 등 어린이 이용 시설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시급하게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3일 전국 유치원에 시설안전 관리와 점검 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보급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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