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장례식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2년 전 장례식장을 리모델링한 종합병원인 장흥병원이 있고 그 건너편에 2년 전 생긴 우리병원 장례식장이 있다.
장흥군에는 이처럼 2년 동안 두 곳의 장례식장이 생기고 한 곳이 확장 겸 리모델링을 했다.
세 곳의 장례식장에서 치르는 장례 건수는 연간 250여 건. 장흥군 사망자의 절반 정도가 세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셈이다.
장흥군청 사회복지과 이옥심 계장은 “전통적으로 집에서 장례를 치렀던 농촌 지역이 급속히 노령화되면서 장례 일손이 부족해져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장흥군에서 장례 관련 사업체 수는 2000년 기준 9곳에서 2004년 기준 16곳으로 늘었다. 장례관련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도 15명에서 26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군내 사업체 162개가 문을 닫았다. 젊은 층이 도시로 옮겨가면서 젊은 부부나 그 자녀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업체들 역시 사라지고 있는 것.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컴퓨터 게임방은 16곳에서 11곳으로, 전자오락실은 16곳에서 8곳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처럼 요즘 농촌에서 호황을 누리는 업체는 장례식장밖에 없다.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PC방보다 많은 곳도 흔하다. ‘늙어가는’ 농촌의 슬픈 현주소다.
장흥군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03년 21.8%에서 2006년 현재 25.0%로 늘었지만 지난 5년간 장흥군의 인구는 4만8000여 명에서 4만여 명으로 줄었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최성재(사회복지학) 부소장은 “게임방보다 장례업체가 많은 장흥군의 현실은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를 보여 주는 단면”이라며 “농촌에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만드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농촌 고령화는 위험 수위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촌에서 장례 관련 업체가 증가하는 것과 반대로 대도시에서는 대형화, 통폐합 바람으로 업체 수가 줄고 있다.
서울의 장례 관련 사업체 수는 2000년 159개에서 2004년 85개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4년 새 4분의 1의 장례업체가 사라졌다.
반면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된 전남(65세 이상 인구 16.1%)은 장례업체 수가 같은 기간 161개에서 176개로 늘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장례업체 수가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장례 관련 직종 종사자 수는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장례 관련 직종 종사자 수는 2000년 4500여 명에서 2004년 7200여 명으로 대폭 늘었다.
전문가들은 9개 대학에 장례학과가 생기는 등 장례 관련 직종이 각광받는 것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고령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장례업협회의 고덕기 기획조정실장은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가족 친지끼리 모여 장례를 치르기보다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상조회, 장례토털서비스 등 보조 산업 종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농촌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한국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30%에 육박하며 농촌사회는 이미 유엔이 분류한 초(超)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20% 이상)에 접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05년 농림어업 총조사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9.1%로 국내 전체 고령인구(9.3%)의 3.1배에 이른다.
농촌 고령인구 비율은 5년 전 조사(21.7%) 때보다 7.4%포인트 높아져 농촌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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