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법원이 다른 혐의로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스티븐 리 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해서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론스타 경영진 2명과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등 나머지 관련자 모두에 대해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앞으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 자체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론스타 경영진 체포영장 기각=검찰은 2003년 외환은행에 합병된 외환카드의 주가조작에 개입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론스타 법률담당 이사, 스티븐 리 전 대표 등 3명에 대해 지난달 31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미국 론스타 본사 경영진을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검찰의 조치는 론스타의 강한 반발은 물론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론스타 본사가 외환카드의 주가조작에 개입한 불법적인 사실이 드러난다면 경우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 수사 막바지에 검찰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론스타 본사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는 물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한 론스타의 불법 혐의를 조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BIS 비율 조작해 론스타에 은행 헐값에 넘겨”=이강원 씨는 당시 외환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제값을 받고 은행을 매각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반대로 은행을 헐값으로 매각했다.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행장은 은행 매각이 불가피한 것처럼 상황을 왜곡한 데 이어 은행을 매각할 때도 적정가격을 받아내야 할 임무를 다하기는커녕 은행의 부실자산을 과대평가하거나 2003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부실금융기관 지정 기준인 8%보다 낮은 6.16%로 의도적으로 낮춰 은행을 헐값에 매각해 은행과 주주들에게 최소 6000억 원에서 최대 90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이 전 행장의 구속 여부는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헐값 매각 총지휘한 배후 드러날까?=이 전 행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검찰 수사가 이제 결론에 이르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제 관심은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왜?”라는 물음에 대해 검찰이 어떤 답을 찾아냈느냐다. 외환은행이 헐값에 매각됐고 이를 이 전 행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주도했는데 “이들이 왜, 무슨 대가를 받고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도록 밀어붙였느냐”는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론스타의 불법 로비 의혹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채동욱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금융감독 및 승인 기관 관계자가 이 전 행장과 공모했는지 계속 수사 중”이라며 “금융당국 관계자 가운데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배후에서 총지휘한 핵심 인물까지 사법처리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느냐다. 정권 핵심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노무현 정부 초기에 매각 대금 1조4000억 원 규모의 거대 은행 매각 건이 은행장 한 사람과 금융당국 실무자에 의해 모두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인사로 거론되는 사람은 권오규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진표 경제부총리, 이헌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정재 금감위원장 등이다. 이들과 관련해 혐의가 포착된 것은 아직 없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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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이 前 외환은행장은
‘이헌재 사단’ 금융인맥… 은행경력 없이 행장 발탁
그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금융인맥으로 알려져 있으며, 외환은행 매각자문사 선정 문제로 실형을 받은 전용준 전 외환은행 경영전략부장, 매각자문사 엘리어트홀딩스 박순풍 대표의 고교 선배이기도 하다.
LG투신운용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2년 4월 10명이 넘는 행장 후보를 제치고 외환은행장에 내정됐을 때만 해도 ‘깜짝 인사’로 은행권의 주목을 받았다. 그때까지 은행 근무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전 행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89년까지 산업연구원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신증권 상무, 기아포드할부금융 사장,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전무, LG투신운용 사장 등을 지냈다. 외환은행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 초대 사장을 맡았지만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다 올해 7월 스스로 물러났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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