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수사, ‘주가조작 밝혀 헐값매각 규명’ 계획 차질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론스타 본사 임원 2명 등 핵심 인물 3명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영장이 기각된 사람은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론스타 법률담당 이사,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등 3명. 이들은 모두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입할 때 가장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번 사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외환은행 매입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그 대신 이들이 외환카드를 외환은행에 합병하는 과정에서 외환카드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포착했다. 이들을 강제 수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셈.

특히 검찰은 올해 5월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유 대표의 신병 확보에 기대를 걸었다. 미국 본사 임원 2명을 한국으로 불러와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한국에 머물고 있는 유 대표를 구속수사하면 본류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 과정에서의 불법 의혹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유 대표는 2003년 당시에도 론스타의 국내투자 자산을 관리하는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면서 외환은행 매입에 깊이 관여했다.

올 3월 수사에 착수한 뒤 8개월 동안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검찰로서는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없다”는 취지로 이들의 영장을 기각했다. 유 대표의 혐의에 대해선 “현재 기소해도 유죄는 가능하다”고 인정한 걸로 미뤄 ‘별건 구속’(다른 혐의로 구속한 뒤 본래 사건을 조사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한 듯하다.

결국 수사 막바지 대반전을 꾀한 검찰의 ‘정면 돌파’ 전략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무산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이번엔 발부? 또다시 기각? ▼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3일 론스타 미국 본사 임원 2명 등에 대해 재청구한 영장은 다음 주인 7일쯤 법원에서 발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일단 검찰이 공을 다시 법원에 넘긴 셈이지만 법원이 재청구한 영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번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지,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지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원이 재청구된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에 있다. 법원은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에 대해 △가족이 미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도주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고 △검찰이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주가 조작 피해액을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기각했다.

이미 조목조목 기각 사유를 밝혀 놓았는데, 새로운 사유 없이 영장을 발부하게 되면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거나 “고무줄 잣대 아니냐”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더욱이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토씨 하나도 고치지 않은 채 원래의 영장을 그대로 들이밀었다. 통상적으로 영장을 재청구할 때에는 보강수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를 추가로 내놓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그렇지만 법원으로서는 재청구된 영장을 다시 기각할 때에는 검찰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번 영장을 심사하는 서울중앙지법이 3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중히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부담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영장 심사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부장판사 2명 중에 최초의 영장을 기각한 민병훈 부장판사가 아닌 이상주 부장판사가 맡게 된다. 법원 예규에 재청구된 영장은 같은 판사가 담당하지 않도록 돼 있고 3일 기각한 영장은 민 부장판사가 맡았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유 대표에 대한 실질심사 여부는 4일 오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이날 오전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한국의 법체계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자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환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