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이 각종 집회시위로 인한 무법(無法) 무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그동안 세종로 일대와 시청 앞 광장 등은 주말만 되면 각종 단체와 상습 시위꾼들의 ‘해방구’로 변해 몸살을 앓았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하고 진압 경찰과 맞서기 일쑤였다. 그들에겐 차량 소통이나 일반 시민의 보행과 생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차도와 인도를 마구 넘나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외쳐 대는 데만 열을 올렸다. 오죽하면 일요일인 지난달 29일 대학로 주변 상인 1000여 명이 집회를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시위를 벌였을까.
집회시위에 대응하는 경찰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대규모 집회 때는 지방경찰까지 차출해 수천 명을 배치하지만 경찰버스로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게 고작이었다. 불법 시위자를 잡아내기 위한 비디오 촬영 등 채증(採證) 활동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 관련법에 의해 집회 금지는 물론 불법 시위자의 현장 체포, 무기 사용 등 폭넓은 권한이 주어져 있으나 거의 쓰지 않았다. 과거의 ‘무석무탄(無石無彈)’이나 여성 경찰관 전면 배치 등과 같은 ‘포용정책’에 매달려 있는 듯한 인상까지 주었다.
공권력(公權力)이 더는 공권력(空權力)이 돼선 안 된다. 그것은 직무유기이자 법치(法治)의 포기이다. 집회 참가자들의 시위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수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권과 생업권도 침해돼선 안 된다. 늦었지만 경찰의 이번 집회 불허를 환영한다. 행여 양대 노총이 당일 집회를 강행하려 한다면 경찰은 단호한 공권력 행사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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