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강화도 무애원 설봉 주지스님

  • 입력 2006년 11월 7일 07시 57분


인천 강화도 북쪽의 고려산 자락에는 명물이 많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거대한 크기의 지석묘(무게 50t)와 수십 개의 고인돌 군(群), 은암자연사박물관, 전원미술관, 화문석체험장….

지석묘공원 주변에 있는 사찰 무애원(無碍院·하점면 부근리)도 특이한 ‘문화지대’다.

절 입구와 건물 곳곳에는 설봉(64) 주지스님이 구워 낸 1000여 점의 도자기가 널려 있어 말 그대로 ‘노천 전시장’이다.

접착제를 쓰지 않은 채 마당, 지붕, 벽면에 여러 개씩 포개져 있는 도자기들은 강풍이 불어도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3년에 만들어진 5단식 흙 가마와 임시 개관한 도예박물관은 인천에서 유일한 것들이다. 박물관은 각종 모양의 돌을 주워 성곽처럼 쌓아 지었다.

설봉 스님은 천연 유약을 개발해 은은한 빛깔의 이조백자를 재현한 도공으로 유명하다. 스스로 흙 가마와 박물관을 설계해 직접 시공까지 하는 장인이기도 하다.

그는 “무애원은 거리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며 “특히 강화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원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절 입구에는 해병대 강화법당인 ‘기룡사’가 1995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법회를 여는 법당이기보다 군인들이 틈나는 대로 탁구, 족구, 당구를 즐기는 체육시설로 이용된다.

설봉 스님은 운동을 위해 절을 찾은 군인들에게 도예를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예절 교육을 펼치고 있다.

유치원생과 청소년 대상의 도자기 교실도 열리고 있다. 도예를 매개로 한 수련회와 인성교육은 10여 년 동안 200회가량 진행됐다.

설봉 스님은 이런 형태의 교육 사업을 1980년부터 펼쳐 왔다. 그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판자촌에 포교당인 무애원을 연 뒤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무료 문예교육을 시작했던 것.

1992년 강화도로 이사와 도예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에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천연 재료의 도자기에 물을 1년 동안 담아 놓아도 썩거나 변질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빚다 보면 육신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는 도자기 개인전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는가 하면 강화도 북단 철책선에 근무하는 군인들에게 선물꾸러미를 안기고 있어 군인들 사이에 ‘산타 스님’으로 불린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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