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영재학교의 '과학아카데미 축제'

  • 입력 2006년 11월 7일 16시 58분


"수소와 헬륨을 쓰지 않고 열기구를 띄울 수 있을까."

"오염된 온천천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보자."

7일 부산 부산진구 당감3동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강당과 강의실, 실험실 등에서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전교생 428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이 학교의 '과학아카데미 축제'는 여느 학교의 축제와는 사뭇 달랐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열기구가 하늘을 날았고, 오염된 물이 맑은 물로 변하기도 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형원숭이와 똑같은 높이에서 수평으로 발사된 실탄이 원숭이를 맞추기도 했다.

4명이 1팀으로 64명이 참여해 대강당에서 펼쳐진 수학 콘테스트는 일반인들이 보면 말 그대로 '난장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쪼그리고 앉은 학생, 배를 바닥에 붙이거나 하늘을 보고 누운 학생,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원리를 입력하는 학생, 슬리퍼를 신은 학생 등 겉모습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주어진 '오셀로' 게임의 원리를 찾기 위해 누구의 간섭도 허락하지 않고 몰두하는 모습은 진지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일단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것이 우리에겐 중요합니다."

이미 한국과학기술원에 합격한 윤성로(18) 군은 "이 게임은 칸(바둑판)이 적을수록 먼저 하거나 나중에 하거나에 따라 공평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수학지도를 맡고 있는 이진희(43·여) 교사는 "이 게임의 '답'은 없고 학생 스스로 어떤 원리나 규칙을 발견하면 된다"며 "이들 영재들에게는 간섭이나 규율자체가 생각을 정형화시켜 창의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것을 자율에 맡긴다"고 귀띔했다.

축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화학, 정보과학, 수학 등 6개 교과별로 팀(1팀은 4~5명)을 구성해 주어진 과제를 연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화학과는 정수기 만들기, 지구과학과는 창작 열기구 만들기, 물리는 모형원숭이 맞추기 등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준비, 기획하고 축제를 놀이를 겸한 학습의 연장으로 꾸몄다.

학교 측은 이들의 축제가 자연과학에 치우쳐 자칫 학문의 균형감각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8일에는 인문학학술발표대회를 곁들였다.

문용린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과학자의 리더십'을 비롯해 '무기를 발명한 과학자들을 통해 본 이기적, 이타적 본성', '과학과 인문학의 올바른 만남' 등의 주제 발표와 '인간복제'를 주제로 한 영어토론회 등으로 진행된다.

3일간의 과학 및 수학콘테스트, 인문학술발표대회 등이 끝나면 9일부터 11일까지는 취미클럽별로 즐기는 놀이중심의 축제가 펼쳐진다.

학생들은 컴퓨터게임, 사물놀이 공연, 마술공연, 아카펠라 음악회, 힙합공연, 로봇축구 등에 직접 참가하거나 관객으로 나서 기숙사 생활과 학업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이때는 인근의 아파트 주민들과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초청해 축제를 마음껏 즐긴다.

정천수 교장은 "교사나 직원은 조언자일 뿐 모든 것은 학생스스로가 하는 것"이라며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해서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인물을 길러내는 것이 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말 잘 듣고, 착한 학생보다 남과 다른 창의력을 가진 학생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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