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前행장, 계약 5일전 행장유임 약속…뒷거래 의혹”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1분


《“머리카락이 보인다?” 이강원(구속) 전 외환은행장이 론스타에 은행을 매각한 뒤 경영고문료와 성과급 명목으로 외환은행에서 받은 15억 원이 론스타의 불법 개입 여부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의 돈 15억 원은 명목상으로는 외환은행이 이 전 행장에게 지급한 것이지만 검찰은 이 전 행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을 도와준 대가로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전 행장, 은행장 유임 약속 받고 최종 인수 계약 체결”=외환은행 매각 논의가 본격화하던 2003년 2월 론스타의 한국지사 격인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의 대표 스티븐 리(이정환) 씨는 외환은행 경영진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론스타의 목적은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이며 재무적 투자가로서 론스타가 최대주주가 되면 현 경영진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이 즈음부터 이 전 행장은 이 전 대표와의 비공식적인 접촉 횟수를 늘려 갔다. 이들은 2003년 2월부터 7월까지 호텔 등에서 10여 차례 만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협의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인 8월 22일경 이 전 행장은 이 전 대표에게서 은행장 유임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5일 후인 27일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한 정황을 검찰이 확인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10월 말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납입하기 3일 전 이 전 행장에게 행장 등 경영진 교체 의사를 통보했다. 그 대신 이 전 행장은 중도퇴진에 따른 보상금을 받기로 리 씨와 합의하고 11월 3일 외환은행 이사회와 형식적인 경영고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전 행장은 2004년 5월 경영고문 계약을 해지하면서 잔여 계약기간 보수로 7억1050만 원을 받았다. 또 론스타 측 인사가 과반수를 차지한 외환은행 이사회 결의에 따라 외자유치 성과급 명목으로 7억2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론스타 측이다. 돈을 받은 이 전 행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죄를 적용한 만큼 돈을 준 쪽은 증재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명목상으로 돈은 외환은행에서 나갔지만, 당시 외환은행은 경영권을 인수한 론스타의 지배 아래 있었다.

15억 원의 시초가 된 이 전 대표의 ‘행장 유임 약속’도 대가관계가 성립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전 대표가 증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효력에 영향=론스타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과정에 개입해 불법행위를 한 것이 드러나면 외환은행 매입 계약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

또 현재 론스타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국민은행은 올해 5월 론스타와의 계약에서 “검찰 수사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검찰이 현재까지 불법행위의 증거를 확실하게 포착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검찰의 수사 방향은 론스타 본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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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금융감독담당 변양호-김석동-백재흠 씨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 감독 승인기관은 공교롭게도 론스타 편에 치우치는 듯한 정책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이 같은 정책이 금융 당국의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일부 경제관료의 불법적인 의도가 개입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법처리 대상으로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 전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 백재흠 전 금융감독원 은행검사1국장 등이 거론된다.

검찰은 론스타 측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처음 밝혔던 2002년 말경부터 변 전 국장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변 전 국장은 김 전 국장 등과 의논해 외환은행 매각의 협상 창구를 재경부로 일원화했으며, 론스타가 외환은행과 비밀리에 협상을 하도록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변 전 국장 등은 고비마다 론스타 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

투기자본인 론스타는 현행 은행법상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지만 ‘부실 기관 인수’라는 예외 규정을 통해 편법적으로 인수 자격을 얻게 되는 과정이 가장 대표적이다.

변 전 국장은 2003년 7월 재경부가 주관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론스타에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재경부 내부 검토를 무시하고, 예외규정 적용을 주장했다.

김 전 국장도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대해 경기회복 국면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가장 낮은 수치(6.2%)를 근거로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판단했다.

백 전 국장은 “BIS 6.2%를 신뢰할 수 없다”는 실무자 의견을 무시하고 관련 자료를 금감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9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승인하면서 내세운 논리도 석연치 않다.

또 변 전 국장이 지난해 1월 설립한 사모펀드회사 보고펀드에 외환은행이 400억 원을 투자한 경위에 대해서도 검찰은 조사 중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몸통 의혹 ‘스티븐 리’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 본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해답은 스티븐 리(이정환·37) 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신병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론스타 측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과정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등 론스타 본사 경영진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계획 등에 대해 그레이켄 회장과 e메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레이켄 회장의 높은 신임을 얻어 비교적 젊은 나이와 소수민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펀드에서 서열 3, 4위에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표를 외환카드 주가조작뿐만 아니라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 범죄인인도청구를 요청해 놓았다. 그에 대한 체포영장 시한은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2013년.

그러나 그는 지난해 9월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외환은행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한국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재 가족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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