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험 많은 다른 법관 판단 기대”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안 풀리네…검찰 내 최고사정부서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론스타 경영진 3명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형식상 대검 중수부의 주임검사로 돼 있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8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안 풀리네…
검찰 내 최고사정부서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론스타 경영진 3명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형식상 대검 중수부의 주임검사로 돼 있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8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론스타 경영진 3명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금융감독기관 관계자 등 2, 3명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해 모든 수사 일정을 다음 주 이후로 미뤘다.

검찰은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세 번째로 다시 청구키로 했으나 이번 주에는 하지 않겠다고 8일 밝혔다.

▽검찰, “수사 지연 불가피”=채동욱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론스타 사건 수사 일정의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주말까지 영장 청구는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 경영진 3명의 영장을 다시 청구하겠다는 방침은 분명히 했다. 유 대표에 대해선 다른 범죄혐의를 추가하는 등 증거를 보강하겠다는 것.

검찰이 수사 일정을 미룬 것은 론스타 측 인사인 유 대표를 구속수사하면서 다른 연루자들의 혐의를 입증하려던 당초 계획이 틀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하종선(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가 모 법무법인에서 활동하던 2003년에 론스타 측에서 20억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 돈의 성격이 외환은행 헐값 인수를 위한 정·관계 로비자금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하 대표는 “자문 계약을 정식으로 하고 받은 컨설팅 비용”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대표와 고교 동창으로 금융감독기관 간부를 지낸 B 씨 측은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한 푼도 받은 게 없다. 하 대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검찰, 숨고르기 속 신경전 계속=법원과 검찰은 두 번째 영장기각 사태를 놓고 자극적인 발언을 최대한 자제했다.

채 기획관은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법원을 설득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대단히 죄송스럽다”며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이상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밝힌 영장 기각사유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론스타 본사 임원 2명의 체포영장 기각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5차례 이상 출석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검사의 신문사항을 미리 알려 달라, 미국으로 와서 조사하든지 맘대로 하라는 등 한국 검찰을 농락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기존 영장법관 외에 경험 많은 다른 법관의 판단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법원 역시 대응을 자제했다. 재청구된 영장을 기각한 이 부장판사는 “앞으로는 공보판사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이상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리적인 검찰이라면 같은 이유로 영장을 세 번씩이나 청구하겠느냐. 구속이나 체포영장이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있고 법정에서 엄벌하면 된다”고 말해 검찰이 세 번째로 영장을 청구해도 발부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외환銀 매각협상 파트너 대응은 극과 극

“노코멘트(No comment).”

요즘 국민은행의 미덕은 ‘침묵’이다.

적어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나 론스타와의 협상에 관해서는 그렇다.

8일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과 관련한 공식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기껏 몇 마디 더 한 게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정도였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것도 꺼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은행 내부에서는 “아무리 여론이 부담스럽다지만 상업적으로 한 계약이 너무 주변 상황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론스타의 대응은 적극적이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성명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논평이 끊이지 않는 등 소란스럽다.

이날도 론스타는 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존 그레이켄 회장 명의의 논평을 냈다.

“여론 압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불법행위도 저지른 적 없으며 이번 결정이 검찰의 우격다짐 전략에 종지부를 찍기를 희망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 유회원씨 3차례 구속 모면 ▼

유회원(사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는 끝까지 구속을 피할 수 있을까.

법원은 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유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3일에 이어 또다시 기각했다.

올해 5월 배임과 횡령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것을 포함하면 유 대표는 무려 세 차례나 구속 직전에 풀려났다.

검찰총장이 사실상 주임검사로, 1981년 4월 설립 후 최고의 사정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중수부 역사상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다.

유 대표는 중수부에 역사상 최대의 ‘치욕’을 안겼지만 개인적으로는 ‘행운의 사나이’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유 씨에게 계속 운이 따를지 단정할 순 없다.

검찰은 8일 “유 씨에 대해 인간적으로 연민이 있다”면서도 “유 씨를 구속 수사해야 주가 조작의 배후를 규명할 수 있다”며 영장 재청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판사는 2명. 이들은 유 씨의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영장을 모두 한 번씩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 예규에는 동일 사건으로 영장이 3회 이상 청구되는 상황을 가정한 명문 규정이 없다.

7일 영장을 기각한 이상주 부장판사는 “세 번째 영장 청구까지는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법원에서는 영장 업무의 전문성과 통일성을 위해 주가 조작에 대한 세 번째 영장도 전담판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관련 예규에 따르면 3일 영장을 기각한 민병훈 부장판사가 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흥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이날 “검찰의 재청구 의견을 존중하고 재청구된 영장이 들어오면 재청구 취지 등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법원은 검찰의 희망대로 ‘제3의 법관’에게 영장심사를 맡길까.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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